시진핑 심기 건드린 죗값…"마윈, 3년 만에 1100조 날렸다"
중국의 ‘흙수저 신화’로 꼽혀온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3년 만에 자신이 일군 기업의 가치 8500억 달러(한화 약 1100조원)를 공중에 날렸다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때 ‘할 말은 하는’ 중국의 대표 기업인으로 꼽혔던 그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죄로 천문학적 대가를 치렀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윈이 세운 전자결제 기업 앤트그룹은 3년 전 기업공개(IPO)를 앞둔 시점에서 3150억 달러(당시 약 350조원)가치로 평가됐으나, 최근 785억 달러(102조)로 쪼그라들며 3배 넘게 하락했다. 세계적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꼽혔던 알리바바도 2020년 시가 총액 8500억 달러(980조)를 기록했던 것에서 최근 2340억 달러(305조)로 크게 줄었다. 이렇게 공중에서 사라진 두 기업의 시장 가치만 8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앞서 이달 7일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 등은 앤트그룹이 자금세탁법 등을 위반했다며 벌금 71억 2300만 위안(1조 2000억원)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도 2021년 “알리바바가 반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원대(약 182억 위안)과징금을 물린 적이 있다. 이 같은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이 치러야 할 표면적인 비용은 마윈이 실제 맞닥뜨린 손실에 비하면 미미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주석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내수 악화, 미국의 탈동조화 정책 등으로 중국 경제의 하방 압박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마윈의 사례는 한번 떨어진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마윈의 ‘고난의 행군’은 그가 지난 2020년 10월 상하이의 한 금융 회의에서 중국 정부를 공개 비판하며 시작됐다. 그는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면전에서 “우리 정부의 금융 감독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순 없다” 등의 쓴소리를 쏟아냈다.
격노한 중국 정부는 당시 IPO를 앞두고 있던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켜버렸고,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에 돌입했다. 마윈은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온라인에선 그의 실종설·체포설까지 거론됐다.
마윈은 잠적한지 2년 만인 지난달 일본 도쿄대 강연과 알리바바 산하 아카데미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재개했다. 그새 지분 조정을 통해 그는 앤트그룹에서 손을 뗐고, 알리바바 그룹은 6개 기업으로 쪼개질 운명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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