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떠나자 활개치는 IS…주민들 "정신병 걸릴 판"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과 현지 반군 등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용병들이 최근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힘의 공백’으로 인한 안보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유럽 보안 당국자들과 주민들을 인용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북부 모옌시도에 있는 바그너그룹 야영지에서 최근 장갑차 8대로 구성된 호송대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다른 두 캠프에서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떠났다. 이탈자의 수는 모두 합쳐 약 100~200명으로 추산된다.
비행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의 육상 이탈 이후 러시아산 일류신 항공기 2대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러시아로 이동했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방기에서 짐을 들고 기다리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기도 했다. 다만 바그너그룹 측 관계자는 “이번 비행은 몇달 전부터 쉬었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리도구부터 매트리스까지 다 팔고 떠나”
바그너그룹은 지난 10년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리비아, 말리,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 13곳에서 현지 정권, 반군 등 핵심 세력과 결탁해 활동해 왔다. 대부분 권위주의 독재 정권으로, 미국 등 서방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다.
바그너그룹은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현지 국가 내정에 간섭하거나 천연자원·광물 채굴권 등 각종 경제적 이권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살인과 고문 등 잔혹 행위도 서슴지 않아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3월 말리 중부에서 500명 이상 주민들을 학살했다.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을 지렛대 삼아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를 밀어내고 자국 영향력을 확대했다.
‘잔혹 행위’ 비판에도 치안 유지 역할 담당
현지 주민들로선 그나마 치안을 유지해온 바그너그룹의 존재가 사라지면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을 비롯한 현지 반군이 지역을 접수해 더 큰 혼란이 벌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철수한 아프리카 지역의 한 주민은 “현재 지역 사회에 거대한 정신병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IS, 시리아 유전 다시 접수하나
하지만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외무부 고위 관계자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의 용병 사업 관리 주체가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시리아 팔미라 유전과 가스전에서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내몰고 이 지역 관리를 IS 헌터스에 맡겼다. WSJ는 “바그너그룹에 의한 지휘가 사라지면서 IS 헌터스는 혼란에 빠졌고 급여가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IS는 최근 중동에서 다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7일 시리아 알 밥 지역에서 MQ-9 리퍼 드론을 통한 공습으로 시리아 동부지역의 IS 지도자 우사마 알 무하지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쿠릴라 중부사령관은 “IS는 이 지역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위협”이라며 “IS를 격퇴하기 위한 태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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