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행 정의선, 폴란드행 구광모…총수들의 '뜨거운 여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었지만 재계 총수들은 휴양지가 아닌 산업 현장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점검하고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날부터 4박 6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동행한다.
구 회장의 사절단 참여는 폴란드 내에서 LG그룹이 지닌 위상과 무관치 않다. 폴란드는 LG그룹의 배터리, 가전 등 주요 사업의 유럽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를 비롯,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8개 법인이 폴란드에 진출해 있으며, 그 중 5개는 현지 공장을 보유한 생산법인이다.
폴란드 내 LG 임직원은 9000여명에 달하며, 총 생산액은 127억 달러(약16조원)로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한다. 이런 LG그룹을 이끄는 구 회장의 동행은 윤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현지 사업 점검 및 사업 확대 모색도 구 회장의 폴란드 방문 주 목적 중 하나다. 특히 폴란드 배터리 공장이 LG에너지솔루션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등 주력 사업장으로 자리한 가운데, 유럽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맞춰 추가 투자를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제사절단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함께한다. 한화그룹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방산이 지난해 폴란드에서 잭팟을 터뜨린 만큼 진행상황 점검 차원에서 이번 폴란드 방문이 중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K9 자주포, K239 다연장 정밀유도 천무 수출 기본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1차 실행계약(K9 3조2000억원, 천무 5조원)에 따른 납품을 진행 중이다. 2차 실행계약에 따라 대규모 추가 물량 수주 여지도 있는 만큼 김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 부회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조지아 공장 방문 일정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플렉스 LTD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화 공장 방문 계획을 밝혔다. 사업장 주재국 정상의 방문시 해당 기업 내 최고위급 인사가 맞이하는 관례에 따라 일정이 확정되면 김 부회장도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유럽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최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시장 판매 및 생산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현지에서 열린 현대차의 ‘2023 전세계 대리점 대회’에 참석해 세계 각지 대리점 사장단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유럽 방문 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 방문이다. 7일 아일랜드 킬데어주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 캠퍼스를 방문한 정 회장은 인텔의 글로벌 사업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앤 마리 홈즈(Ann-Marie Holmes)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의 안내로 ‘팹24(Fab24)’의 ‘14나노 핀펫(14FF)’ 공정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이번 방문에 대해 “최근 각국의 주도권 경쟁 속에 요동치고 있는 글로벌 주요 시장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을 파악하고, 향후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상시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의 팹24에서는 핀펫 공정을 활용해 현대차의 표준형 5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제네시스 G90, 기아 EV9의 ADAS에 탑재되는 ‘CPU(Central Process Unit, 중앙 처리 장치)’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차질을 겪은 바 있어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가 절실하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와도 손을 잡았다. 오는 2025년부터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을 공급받아 자사 차량에 장착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이후 아직 해외 출장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달 24일부터 내달 4일까지 법원 휴정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 방문이나 해외 기업인들과의 교류 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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