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부러워”…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점업체들의 무덤 된 까닭?
코로나 사태 이후 부산과 일본 간 뱃길이 활짝 열리면서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내 상가 입점 업체들은 여전히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2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상당수 업체가 폐업했고 남아있는 업체들마저 ‘손님 구경’할 시간이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터미널 운영에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그런 ‘쇼핑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면세점 등에 따르면 출입국외국인청은 여행객이 출국장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데도 출항 시간이 임박해서 출국 수속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출국 수속이 급하게 진행돼 절차를 마친 여행객들이 출국장 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20여분 정도에 불과해 면세점이나 카페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한때 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 18개 업체가 입점해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한일 갈등이 격화되며 일본 여행객이 끊기기 시작했고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11개 업체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항구도시 부산에서 국제여행 특수를 겨냥한 업체들이 ‘무덤’에 뛰어들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남아있는 입점 업체들도 회복 중인 해외여행 붐을 누리기 어려운 여건이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점한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부산면세점은 최근 ‘호소문’을 내고 관계 기관에 대해 출국수속 시간 등 편의적 행정을 시정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출국수속을 마친 여행객들이 승선 시간에 쫓겨 출국장 면세점을 거의 이용하지 못하는 시간적 구조를 개선해 달라는 게 요지였다.
이처럼 매출 부진을 유발하는 ‘편의 행정’ 속에는 출국수속부터 승선에 이르는 여러 절차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한다. 세관과 출입국 관리, 검역 등 일련의 CIQ 과정에 참여하는 근무자들이 조기 출근해야 하거나 야간 근무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보안 문제도 발생하니 저마다 여행객의 장시간 체류를 꺼리는 입장이다.
일부 선사들은 덩달아 선내 매점 매출을 늘리기 위해 승선 안내를 재촉하니 이래저래 입점 업체들의 ‘영업방해’에 가세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출국장 내 면세점 업체가 2017년 한 차례 도산했고, 면세점 운영을 이어받은 부산면세점 역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장 내 하나뿐인 카페도 문을 닫은 뒤 후속 운영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면세점 관계자는 “여행객이 출국장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출국장 내 편의시설 운영업체는 영업할 기회를 잃고 임대료 맞추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통상 출발 3시간 전에 출국 수속이 시작되고 출발 15분 전에 탑승을 유도하는 국제공항처럼 운영해달라”고 호소했다.
터미널 운영사인 부산항만공사(BPA)는 2019년 9월 30일부터 출국장 내 체류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출국 심사 시간을 출항 시간 1시간 30분 전으로 변경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BPA 관계자는 “임대 수익을 주는 고객이기에 입점업체들이 성공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에 선사와 CIQ, 보안공사 등 관계자들이 모여 혁신적인 자세로 협의해 입점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푸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국장이 좁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승객을 빨리 못 들여보내고 있는 점도 있다”며 “승객 유치 시간을 늘리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국제여객터미널의 면모를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면세점 측은 “출국수속을 앞당겨 출국장 내 체류 시간을 김해공항처럼 최소 90분 정도는 보장해주길 바란다”며, “출국장 내 휴게 공간과 수유 시설, 식음료점, 편의점 등 편의시설도 국제공항 수준으로 갖춰 국제여객터미널의 위상을 갖춰주길 호소한다”고 했다.
부산면세점은 2017년 비엔스틸라, 윈스틸, 광명잉크제조 등 16개 중견기업이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이후 ‘노-재팬(NO JAPAN)'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잇달아 겹쳐 계약 기간 5년 중 정상 영업 기간은 2년이 되지 않는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bsb0329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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