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이 위태로운 독도... 일본 뜻 따라 움직이는 윤 정부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 독도와 해군 양만춘함. 자료사진. |
ⓒ 해군 |
문재인 정부 때는 지금보다 규모가 컸다. 해경·해군뿐 아니라 공군 전투기와 해병대 상륙 병력까지 참여했다. 한국군이 독도에 상륙하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고 비공개가 아닌 공개였다. 그래서 2021년 상반기 훈련 전날인 6월 14일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극히 유감이다", "중지하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처럼 공군과 해병대가 동해영토 수호훈련에서 제외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특별히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훈련과 비교돼야 할 것은 문재인 정부 이전의 훈련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의 훈련이다.
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 훈련을 문재인 정부 때보다 축소해서 진행했다. 이번 훈련 역시 그렇게 한 것은 독도와 관련해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일본 측도 그런 신호를 잘 이해하고 있다. 7일 자 <산케이신문>에 실린 '한국군이 다케시마 주변에서 정례훈련, 비공개로 상륙 없이'라는 기사는 "윤 정권이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일본에 대한 자극을 피하고자 했다는 관점"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일본 정부 당국자가 관련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상반기에 일본 정부는 훈련 전날 항의했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여러 날 경과한 이달 7일에야 항의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훈련 사실이 한국 언론에 공개된 그날,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을 통해 주일한국대사관에 항의하고 주한일본대사관을 통해 한국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에 항의를 전달한 사실을 밝혔다. 독도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윤 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일본 항의 뒤 독도를 경보구역에서 제외?
<산케이신문>은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소개했지만, 그 정도로는 윤 정부의 입장을 온전히 설명하기 힘들 듯하다. 동해영토 수호훈련 이외의 여타 군사훈련에서도 일본의 눈치를 보는 정황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7일 자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4월 초 해군은 북한군의 해안 상륙에 대비한 해상 방어훈련을 위해 항행경보구역을 동해상에 설정했다. 동해안과 울릉도 사이, 또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이 구역을 설정한 것은 민간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구역은 가로 약 27km, 세로 약 47km로 독도 주변 12해리인 대한민국 영해의 일부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해군이 경보구역을 설정한 뒤 관계기관에 통보하자, 일본 방위성이 외교 경로를 통해 문의를 해왔다. '다케시마 인근에 항행경보가 발령된 이유는 무엇인가', '독도 방어 훈련을 하는 것이냐'라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해군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경보구역을 제외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해군은 경보구역이 변경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해군 관계자는 "훈련 내용과 기상 상황, 참가 전력 등에 따라 훈련 구역이 조정되는 것은 통상적 상황"이라고 답했을 뿐, 보도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항의가 있은 뒤에 한국군이 독도를 경보구역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독도 주권에 대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고, 군사 주권에 대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일본의 항의와 훈련구역 변경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윤 정부는 일본을 의식해 독도 주권과 군사 주권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본의 질의로 인해 훈련 구역이 변경됐다면, 일본의 질의는 결과적으로 내정간섭이 될 수 있고 한국군이 일본의 내정간섭을 받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4월 초에 벌어졌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 시점은 우리 국민들이 독도 주권에 대해 특히 민감하던 때인 동시에, 윤 정부가 그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을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본의 문의 직후 독도 관련 조치가 변경됐다는 것은 윤 정부가 독도에 대한 일을 결정할 때 어느 쪽을 더 많이 의식하는지를 의심케 만드는 일이다.
▲ 지난 3월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당황한 윤 정부는 이틀 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방송에 출연시켜 해명을 시도했다. 김태효 차장은 YTN에서 "일본 당국자가 우리에게 독도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발언했다. 뒤이은 20일, 대통령실은 일본 언론들이 독도를 계속 거론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상황은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3월 28일에는 일본 문부성이 독도에 대한 역사 왜곡을 한층 강화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내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독도가 한국령임을 밝히는 선언을 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이 전했다'라는 보도가 4월 2일에 나왔다. 그런 선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4월 5일 대통령실은 선언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 뒤인 4월 11일에는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 2023>이 일본 정부에서 공개됐다. <외교청서 2023>은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며 동해 명칭 문제에서도 한국을 자극했다.
이런 흐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공세가 강도 높게 전개될 때였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독도에 대해 특히 민감해 있었다.
항행경보구역이 변경된 4월 초는 그런 시기였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독도와 관련해 특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독도 주권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비칠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될 때였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일본 정부의 문의가 있은 뒤에 독도를 경보구역에서 배제했다. 일본의 문의와 독도 배제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했다. 둘 사이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증거를 내놓지 않는 한, 윤 정부는 독도 주권과 군사 주권을 훼손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윤 정부는 6월 7일 공개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 독도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독도에 대한 의지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이런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독도 안보가 전례없이 위태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경고하는 현상이다.
한돌이 작사·작곡하고 서유석이 부른 <홀로 아리랑>은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이에 뒤이어 나오는 가사가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라는 대목이다. 이 가사처럼 독도가 간밤에 무사했는지를 매일 아침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목전에 도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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