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스페인 공주의 군복무에 더 힘받는 여성징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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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왕위 계승 1순위자인 레오노르 공주가 다음달부터 3년간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이 유럽 전역에 화제가 되고 있다.
왕실이 앞장서서 국가 방위에 나서는 전통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아직 열일곱 살의 앳된 공주가 3년 동안 육·해·공 3군 훈련을 모두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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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왕위 계승 1순위자인 레오노르 공주가 다음달부터 3년간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이 유럽 전역에 화제가 되고 있다. 왕실이 앞장서서 국가 방위에 나서는 전통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아직 열일곱 살의 앳된 공주가 3년 동안 육·해·공 3군 훈련을 모두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 왕실에서는 예외 없이 공주들도 군복을 입고 입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8월에는 벨기에의 엘리자베스 공주가 군에 입대해 혹독한 훈련을 받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녀 역시 왕위 계승 1순위자로 국왕에 등극하면 군 최고 통수권자가 되기 때문에 입대를 하게 된 것이라며 어떠한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럽의 왕실들 입장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 속에 막대한 예산을 잡아먹는 왕실을 폐지하자는 여론을 막는 데 공주의 입대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국가 방위에 성역이 없다는 ‘평등’을 강조하면서 국가 통합과 군 최고 통수권자인 왕의 권위를 높이는 데도 공주의 군 입대보다 큰 홍보 효과를 가진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한 여성징병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레오노르 공주의 입대와 관련해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때가 되면 군 최고사령관은 여성이 될 것"이라며 "최근 수년간 우리는 여성을 군대에 통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여성 군 복무, 혹은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전후 유럽 내에서는 여성징병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져왔다. 노르웨이가 2013년 전격적으로 여성징병제를 시작한 데 이어 스웨덴이 2018년 1월부터, 네덜란드도 뒤이어 2018년 10월부터 여성징병제를 실시해 이어오고 있다.
처음 이들 국가에서 여성징병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남녀차별을 완전히 철폐하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차별 문제 이전에 러시아의 유럽 침략 위협이란 새로운 안보 상황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30년간 잊혀져 왔던 냉전시기 소련에 대한 ‘적색공포(Red Scare)’가 되살아나면서 여성징병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특히 여성징병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장기화에 따른 인적자원 부족에 있다. 후방 지원 병력은 물론 전선에 나갈 전투병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국가 방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차 세계대전과 같은 양상의 소모전으로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전 종식 이후 징병제를 폐지했던 유럽 국가들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21세기에도 얼마든지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수 있으며, 막대한 인력과 자원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결국 디즈니 만화에 나올 법한 공주님까지 훈련장을 뒹굴어야 하는 현실은 전 세계 안보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유럽보다 안보 상황이 훨씬 복잡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을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도 여성징병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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