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J호러' 향한 부천의 관심, 이번에도 아쉬웠다
[김준모 기자]
▲ <모두의 노래> 스틸컷 |
ⓒ 27th BIFAN |
시미즈 다카시는 <주온> 시리즈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나카타 히데오, 구로사와 기요시, 미이케 다카시, 다카하시 히로시 등과 함께 J호러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부천영화제는 꾸준히 J호러 거장들의 신작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그 교류를 이어왔고 올해의 주인공은 시미즈 다카시가 선정되었다. 그는 <모두의 노래>와 제작을 맡은 <모두의 행복을 위해> 두 편으로 영화제를 방문했다.
▲ <모두의 노래> 스틸컷 |
ⓒ 27th BIFAN |
전개에서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추리극의 요소다. 실종 이후 소속사에서는 사립탐정을 고용한다. 이 사립탐정은 멤버들을 조사하던 중 테이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목소리의 소녀를 찾고자 한다. 소녀가 30년 전 존재한 인물이라는 점과 형사의 과거와 연관이 되면서 꽤나 흥미로운 스토리를 형성한다. 한명씩 저주에 걸리는 아이돌 멤버들과 사운드에 바탕을 둔 공포의 문법은 J호러의 전통적인 힘을 보여준다.
다만 한때 전 세계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던 J호러의 위용을 생각하면 가장 낮은 단계의 만족감을 자아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대한민국 3대 영화제로 불리지만 부산, 전주에 비해 지뢰가 많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뢰는 영화제에 초청될 만한 작품인가 의심을 품게 만드는 영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지뢰의 한 축을 이루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J호러다.
▲ <모두의 노래> 스틸컷 |
ⓒ 27th BIFAN |
무엇보다 심령사진이 주었던 미스터리의 재미가 끝나버린 점이 컸다. 명절 때마다 특집으로 방송되던 마술이 다수의 콘텐츠에서 이와 관련된 트릭이 다 밝혀지면서 이전과 같은 명성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모두의 노래>는 아이돌 실종 사건이 과거 한 소녀의 미스터리로, 이 미스터리가 소녀의 감춰진 정체를 들춰내는 충격으로 이어지는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꽤나 인상적이다.
다만 J호러의 중심인 심령호러를 통해 공포를 자아내려다 보니 한계에 봉착한다. 섬뜩함을 자아냈던 <주온> 토시오의 고양이 목소리와 같은 공포가 현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경우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자아낼 수 있는 설정을 따라가지 못하며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낸다. 7인조 아이돌 그룹 제네레이션즈 프롬 에그자일 트라이브 멤버 전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트렌드에 맞는 시도를 선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J호러가 성공을 거두었던 가장 큰 이유는 트렌드를 읽는 힘에 있었다. 비디오의 시대 <링>이 등장했고 휴대폰이 대중화가 되었을 시기에 <착신아리>를 선보였다. 한때 일본의 전유물이었던 아이돌이 K-POP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현대에 이를 소재로 한 사운드 호러를 시도했다는 점은 꽤나 인상적이다. 이런 꾸준한 시도가 J호러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지, 이 부흥을 통해 꾸준히 J호러와 인연을 맺어온 부천영화제가 비상할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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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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