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D-1 개고기 논쟁 재점화…육견협회 "금지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일"

조성필 2023. 7. 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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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발언에 논란 재점화
국회 등 정치권으로 불 옮겨붙어
업계, 생존권 보장 등 반발 목소리

개고기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최근 재점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이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한 게 도화선이 됐다. 개고기 논쟁은 이미 국회와 지방의회로까지 옮겨붙은 상태다. 초복을 앞두고는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과 조례가 잇따라 발의됐다. 관련 업계에선 밀어붙이듯 강행하는 정치권의 법 개정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다.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반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사진은 과거 국내 한 도살장 안 철장에 갇혀 있는 개들. [사진=아시아경제DB]

가족이 된 개(犬), 논쟁에 불붙여

우리 사회에서 개 식용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과 미국 등지의 동물애호단체들이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보신탕이란 이름을 사철탕으로 바꾼 것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덜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이후로도 프랑스 여배우이자 동물애호가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은 먹지 말라’는 편지를 2002한국월드컵축구유치위원회에 보내는 일이 있었고,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도 개 식용은 논란이 됐다.

과거 해외로부터 먼저 논쟁거리가 된 개 식용 문제는 최근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반려 인구가 늘면서 동물권에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여사가 개 식용이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다. 김 여사는 지난달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것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견주’ 수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02만 가구로, 인구수로 환산하면 대략 1450만명에 이른다. 10년 전(360여만 가구)과 비교하면 곱절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항목에 통계청이 ‘반려동물 현황’을 추가한 것도 개가 가족의 일원이 된 사회적 흐름을 보여준다.

세계는 이미 개 식용 금지 추세

개 식용에 대한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사회적 분위기는 명백히 ‘반대’로 기울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 HSI)이 지난해 시장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전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개고기 소비와 인식 현황 조사’ 결과, "향후 개 식용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85%에 달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00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1502명 중 83%가 개 식용을 찬성했던 것과 비교해 국민적 인식이 큰 폭으로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개고기 산업은 자연스레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한때 연 1000만 마리 이상 도축돼 음식으로 소비되던 개고기 소비량은 현재 40만마리 안팎으로 감소했다. 도축업소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2019년 경동·중앙시장 내 마지막 개 도축업소가 폐점하면서 현재는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세계적인 추세도 개 식용 금지를 향해간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가입국 182곳은 OIE의 위생 관리 기준에 영향을 받는데, 개 식용을 법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없다.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등이 개 식용을 금지했고 중국도 코로나19 발병 이후 개를 가축에서 제외했다. 선진국의 척도로 평가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도 개 식용 문화가 남은 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초복(11일)을 사흘 앞둔 지난 8일 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 등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국민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3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권·시민단체 "이젠 종식해야"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5월 서울시의회에서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례안은 원산지·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비위생 개고기를 서울시가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개고기를 다루는 유통업체나 식품접객업소 등의 업종 변경을 유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식용 금지를 서울시장의 책무로 규정하고 이에 필요한 시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다만 시의회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 안 된 점 등을 고려해 해당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하는 등의 모든 행위는 물론, 개를 사용해 만든 음식물이나 가공품을 운반하거나 보관, 판매하는 행위를 알선하는 것까지 전면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회를 통과해도 5년간 시행 유예기간을 뒀다. 개고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개 식용 종식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등 31개 단체는 초복을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육견협회는 "지금까지도 몸이 약한 일부 사람들이 몸보신을 위해 주기적으로 찾는 건강 음식을 금지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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