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PSG행이 갖는 의미
[이준목 기자]
또 한 명의 초대형 한국인 유럽파가 탄생했다. '골든보이' 이강인(22)이 마침내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 공식 입성했다.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은 지난 7월 9일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8년까지이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이적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약 2200만유로(약 314억원)의 이적료에 이 중 약 20%가 이강인에게 돌아가며, 연봉은 약 400만유로(약 57억원) 수준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전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약 50만유로 정도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2년 사이에 8배가 폭등한 것이다.
▲ 사진은 파리 생제르맹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한 이강인. |
ⓒ 파리 생제르맹 구단 홈페이지 |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를 연고로 하는 PSG는, 1970년에 기존의 두 클럽인 스타드 생제르맹과 파리 FC를 병합하면서 출발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 2010년대 이전만 해도 리그 우승은 두 번뿐이었지만, 2011년 카타르 왕실 자본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츠'에 인수된 이후 일약 '오일머니' 파워를 앞세워 세계적인 선수들을 싹쓸이하면서 일약 유럽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으로 성장했다.
PSG는 2010년대 이후에만 9번의 우승을 추가하며 리그앙 통산 최다 우승팀(11회)의 반열에 올랐다. 각종 컵대회까지 합치면 카타르 인수 이후 수집한 우승트로피는 무려 30개에 이른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네이마르-티아고 실바(브라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앙헬 디 마리아(아르헨티나), 에딘손 카바니(우루과이) 등 쟁쟁한 월드클래스 슈퍼스타들이 대거 PSG를 거쳐갔다.
하지만 흔히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 빅클럽으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같은 구단에 비하여 유일한 아쉬움은 아직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것. 2019-20시즌에 결승까지 올랐으나 바이에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근 두 시즌 동안은 메시-네이마르-음바페라는 역대급 조합을 구축하고도 내리 UCL 16강에 머물며 자국리그 내에서만 강한 '리그앙 여포'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이강인은 만 6세였던 2007년 축구 예능 KBS2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고, 다시 어린 나이에도 남다른 재능으로 '축구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식으로 축구에 입문한 2011년부터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합류했고, 7년 뒤인 2018년 17세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다. 2021년에는 마요르카로 이적하며 줄곧 스페인에서 뛰어왔다. 라 리가에서의 통산 성적은 5시즌 동안 컵대회 포함 17골 19도움이다.
특히 마요르카에서의 2022-23시즌은 이강인이 성인무대에서 한 단계 스텝업한 시즌으로 꼽힌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각종대회에서 총 39경기에서 나서서 6골 6도움으로 프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당 키 패스 1.5회, 드리블 성공 2.5회로 내용 면에서 우수한 지표를 보여주며 라 리가 상위권의 공격 자원으로 활약했다.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소집되어 2019 폴란드 U-20월드컵에서는 한국대표팀을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이끌며 FIFA 주관 대회 한국인 선수 첫 골든볼(최우수선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성인대표팀에서도 A매치 통산 14경기에 출전했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는 2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16강을 견인하는 등, 손흥민을 잇는 한국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고 있다.
이강인의 PSG행은 선수 개인에게나 한국축구로서나 모두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선수가 유럽 최정상 수준의 빅클럽에서 뛴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드문 사례다.
프랑스 리그1은 스페인 라리가에 비하여 전체적인 리그 위상은 낮지만 역시 유럽 상위 5대리그로 인정받는 빅리그다. 클럽의 규모와 위상면에서는 이강인이 스페인에서 뛰었던 발렌시아나 마요르카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정도다. UEFA(유럽축구연맹)이 소속 클럽들의 성적과 위상 및 가치를 종합하여 집계한 클럽랭킹에 따르면, 영입 시점을 기준으로 이강인은 '역대 한국인 선수중 가장 높은 위상의 팀'에서 뛰게 되는 타이 기록을 세웠다.
정상을 밟을 수 있는 기회
2023년 현재 PSG의 클럽랭킹은 유럽 전체구단중 6위다. 현재 1위는 맨시티(잉글랜드)이며 바이에른(독일), 첼시-리버풀(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순이다. PSG는 프랑스리그 소속팀 중 유일하게 2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세계적인 명문으로 유명한 맨유(잉글랜드)-유벤투스(이탈리아)-바르셀로나(스페인)보다도 높다.
이강인 이전에 한국인 선수의 영입 시점에서 UEFA 클럽랭킹이 가장 높았던 구단은 2005년 박지성이 뛰었던 맨유, 2011년 박주영의 아스널로 모두 영입 시점의 클럽 랭킹은 6위였다. 현재 한국축구의 간판인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잉글랜드)에 입단할 당시 랭킹은 21위였고, 김민재가 지난해 입단할 당시의 SSC 나폴리(이탈리아)는 25위였다. 다만 김민재가 현재 UEFA 랭킹 2위 바이에른 뮌헨 입단을 앞두고 있어서 이강인의 기록은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축구의 기대주'로 꼽히는 이강인의 PSG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리그 앙과 유럽챔피언스리그같은 상위무대에서 활약하며 정상을 밟을 수 있는 기회 때문이다. 이강인은 프로무대에서 아직까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가 스페인에서 뛰었던 발렌시아나 마요르카는 우승권가 거리가 멀었고, 약한 팀전력과 어수선한 내부사정 등으로 이강인이 더 큰 야망을 꿈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PSG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구단인 데다가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2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가 주포지션인 이강인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PSG를 떠난 '리오넬 메시의 대체자'라는 상징성에서도 더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유럽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인 PSG의 위상과 전력을 감안할 때 자국리그는 기본이고 유럽클럽대항전 우승 기회도 노려볼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63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2023 아시안컵에 출전이 유력하고, 나이를 감안할 때 월드컵 본선에서도 2-3번 이상 출전이 가능한 만큼 이강인이 도전할 수 있는 목표는 많다.
물론 PSG에 입단했다고 장및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PSG는 이미 팀을 떠난 메시에 이어 에이스 음바페와 네이마르까지 이적설에 휘말려 있는 복잡한 상황이라 전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스타 선수들이 많지만 그만큼 끈끈한 조직력이나 팀워크에는 문제가 있다는 뒷말도 있다.
새롭게 PSG의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어떤 포지션에서 활용할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PSG는 언제든 스타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구단이다.
이강인은 기존의 마르코 베라티-마누엘 우가르테 같은 미드필더들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선수 영입여부에 따라 어떤 포지션에 가더라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미 발렌시아 시절, 애매한 포지션 문제와 주전경쟁의 어려움을 혹독하게 겪어본 적이 있는 이강인으로서는 초반부터 본인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팬들은 손흥민이나 박지성이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부심을 느꼈고 열광했다. 이제는 이강인이 선배들의 아성을 이어서 축구팬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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