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원 폭행' 논란 전 제주대병원 여교수 권익위 상대 소송 패소 확정
2018년 물리치료사 등 직원들을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던 전 제주대병원 의사 A씨(여)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A씨는 자신에 대한 인사조치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라고 주장하며 낸 보호조치 요청을 기각한 권익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지만, 법원은 A씨에 대한 인사조치는 공익신고 때문이 아니었음이 명백하다고 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권익위를 상대로 낸 보호조치 기각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겸직해제 요구는 원고의 공익신고와 무관하게 이뤄진 것으로서 원고의 이 사건 각 신고가 없었더라도 불이익조치를 할 만한 뚜렷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봐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에 의한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됐다고 판단했다"라며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의 인과관계의 추정과 그 번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2조(불이익조치 금지 신청)는 공익신고자가 공익신고 때문에 불이익조치를 받을 우려가 명백한 경우 권익위에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신청을 받은 권익위는 즉각적인 조사를 거쳐 신청이 이유 있을 경우 불이익조치를 하려는 자에게 불이익조치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해야 한다.
같은 법 제23조(불이익조치 추정)는 ▲공익신고자등을 알아내려고 하거나 공익신고등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공익신고등의 취소를 강요한 경우 ▲공익신고등이 있은 후 2년 이내에 공익신고자등에 대해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불이익조치 금지 권고를 받고도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공익신고자등이 이 법에 따라 공익신고등을 한 후 제17조 1항에 따라 위원회(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원상회복 등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공익신고자등이 해당 공익신고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하도록 정한 조항이다.
2009년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된 뒤 겸직허가를 받아 제주대병원 재활의학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4월 교수로 승진 임용됐다.
그런데 같은 해 7월 실시된 '갑질·폭언·폭행·성희롱 근절을 위한 노사공동 캠페인 설문조사'에서 A씨가 재활의학과 소속 직원들에 대해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답변이 다수 제출됐다.
그리고 2018년 9월 27일 제주대병원 재활의학과 소속 작업치료사들은 '2016년 이후부터 A씨로부터 폭행, 폭언, 직권남용 등을 당해왔다'는 내용의 고충민원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병원 특별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제주대 총장에게 A씨의 제주대병원 겸직해제를 요구하는 안건을 심의했으나 부결시켰고, A씨는 소명 과정에서 '물리치료사가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 없이 환자들에게 의료기기인 개인용 전기치료 패드를 판매했다'는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A씨는 2019년 1월 제주경찰서에 병원 물리치료사들과 작업치료사들을 국민건강보호법 위반, 사기, 의료기기법 위반,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한편 제주대 총장은 작업치료사들의 고충민원을 징계사유로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2019년 2월 A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정직기간 중이었던 2019년 4월 재활의학과 전공의 2명은 병원에 'A씨가 제기된 민원과 관련해 자신에게 유리한 소명자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전공의들에게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강요했고,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전공의들에게 업무 외 사적인 지시 등으로 잦은 연락을 했으며, 전공의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고, 회식 또는 야유회 등의 명목으로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도록 지시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병원 특별인사위원회는 2019년 11월 5일 ▲부당한 구명활동의 지시 또는 강요 ▲전공의에 대한 사적 지시 및 업무시간 외 빈번한 연락 ▲전공의 및 작업치료사에 대한 폭언, 욕설, 폭행 ▲전공의에 대한 근무지 무단이탈 지시 및 이와 관련한 허위 진술 종용 ▲관련 동영상 은폐 시도 등 '품위유지의무 및 성실의무 위반'과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 능력 부족' 사유를 근거로 A씨에 대한 겸직해제 요구안을 의결했고, 당시 제주병원장은 같은 해 11월 11일 제주대 총장에게 A씨에 대한 겸직해제를 요구했다.
또 병원장은 피해를 입은 전공의들로부터 A씨와 분리해 달라는 요구가 있음을 이유로 2019년 11월 6일 A씨에 대해 ▲입원환자 주치의 배정으로부터 제외 ▲재활의학과 전공의들에 관한 회의에의 참여 제한 ▲전공의의 의사에 반한 연락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공의와의 분리명령을 내렸다.
2018년 11월 27일 언론 보도를 통해 A씨가 치료사들의 옆구리를 꼬집거나 발을 밟는 모습 등이 담긴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A씨는 병원 특별인사위원회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비밀보장의무'를 위반해 자신의 신고 사실을 해당 치료사들에게 유출시킴으로써 그 치료사들이 자신이 나온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인터넷에 유포하게 해 자신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혔고, 병원장으로부터 이 사건 각 신고의 취하를 종용당하고 더 나아가 사직까지 권유받았으며, 관련된 허위의 사실이 유포돼 병원 내 대다수 구성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분리명령 등 이 사건 병원 차원의 조직적인 진료방해가 있었으며, 겸직해제 요구까지 있었는 바 병원의 이 같은 일련의 불이익조치는 공익신고인 이 사건 각 신고를 이유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19년 12월 3일 병원과 병원장을 상대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다른 원상회복 등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또 '제주대 총장이 곧 겸직해제 조치를 취할 우려가 명백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권익위에 법에 따른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도 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A씨가 치료사들을 신고한 것은 공익신고에 해당하고, 병원의 겸직해제 요구가 불이익조치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같은 겸직해제 요구와 A씨의 공익신고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0년 5월 25일 A씨의 보호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권익위는 A씨의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A씨는 불복해 권익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권익위가 자신이 신청한 여러 보호조치 대상 중 겸직해제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나머지 사유들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령이 정한 민원 처리 기간(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 처리, 60일 연장 가능)을 준수하지 않고, 신청이 접수된 때로부터 5개월이 훨씬 경과한 후에야 처분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자신의 겸직해제 요구 사유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자신이 치료사들의 비위행위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개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해당 치료사들과 갈등을 겪게 됐고, 그로 인해 고충민원이 제기됐다며 자신의 공익신고와 겸직해제 요구 간에는 인과관계가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권익위의 처분은 실체상으로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과 함께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을 함께 했음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피고는 보호조치 신청에 대해서만 이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했을 뿐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위와 같은 피고의 판단 누락은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또한 피고는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을 심리·결정함에 있어 그 심판 범위와 대상을 임의로 축소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먼저 절차상 하자 주장과 관련 재판부는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과 보호조치 신청에 대한 결정을 반드시 하나의 결정으로 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결정으로써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만을 기각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결정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한 각 불이익조치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불이익조치에 해당하더라도 피고(권익위)가 이에 대해 추가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나머지 신청사유에 대한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사건 결정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보호조치 신청과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이 별개라고 하면서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조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위법하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덧붙였다.
처리기간을 준수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보호조치 신청에 대한 처리기간을 정하는 것은 가능한 한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처리기간에 관한 위 규정은 훈시규정에 불과할 뿐 강행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가 위 처리기간을 지나 이 사건 결정을 했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이 사건 결정이 위법하게 된다고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실체상 하자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에 대한 겸직해제 요구는 A씨의 공익신고 때문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A씨의 폭행, 갑질 등에 대한 고충민원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겸직해제 요구는 원고의 공익신고와 무관하게 이뤄진 것으로서, 원고의 이 사건 각 신고가 없었어도 불이익조치를 했을 만한 다른 뚜렷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에 의한 인과관계의 추정이 번복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2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과 보호조치 신청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신청이고, 신청인이 주장하는 보호조치 신청사유마다 수 개의 보호조치 신청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이는 하나의 신청서로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과 보호조치 신청이 함께 이뤄졌고, 보호조치 신청사유가 여러 개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결정으로써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만을 기각했더라도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불이익 조치가 공익신고로 인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오히려 다른 뚜렷한 사유로 인해 이뤄졌다는 점이 피고(권익위)에 의해 증명된다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인과관계의 추정은 번복된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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