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리 시인, 시조-사진으로 "사랑과 그리움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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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 시조시인이 쓴 시조 "봄소식 1"이다.
김정희 한국시조문학관장은 "만상에 얼비치는 사랑과 그리움의 헌사"라는 제목의 해설에서 "시인의 자애로운 눈길은 자연과 인류애로 이어져 있는 사랑"이라며 "이토록 성스러운 자비심과 보살심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마음자리에서 우러난 작품을 눈여겨 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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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기자]
▲ 신애리 시조시인의 시집 <이 뜨거움 어쩌랴>의 표지. |
ⓒ 윤성효 |
동백이 훌쩍훌쩍
눈물처럼 떨어진다
정작 네가 없는데
산수유 눈을 뜨고
노랗게
배멀미하며
봄 바다를 지난다
신애리 시조시인이 쓴 시조 “봄소식 1”이다. 동백꽃 사진을 옆 쪽에 두고 쓴 시다. 남해안 어느 바닷가를 지나며 핀 동백을 바라보면서 마치 봄이 배멀미하듯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신애리 시인이 펴낸 시·사진집 <이 뜨거움 어쩌랴>(도서출판 혜민기획 간)에 실려 있다. 책에 실린 사진도 일품이다.
책은 ‘봄소식’, ‘제주여행’, ‘그 바다, 그리움에 대하여’, ‘알람브라 궁전’, ‘휘파람새’, ‘발톱’, ‘칠불암 가는 길’의 7부로 엮어져 있다.
초록의 넓은 밭 풍경 사진을 찍어 놓고, “뒤꼍에 무얼 심지/큰 호박 작은 고추//축 늘어진 기다림/군말 없는 그리움까지//봄볕에/온종일 서서/그려놓은 삽짝 밭”이라는 시조를 써서 “봄소식 3”이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다.
봄에 밭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고, 수확하기까지 기다리게 되고, 거기에 ‘그리움’까지 담는다고 한다. 또 시인은 섬진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청매화’를 보며 “희디 흰/이슬로 맺혀/머리 푼 그 여자들”이라고 해놓았다.
“슬금슬금 물안개 타고/몸 싣는 목통계곡//화두 하나/그리움 둘/손님처럼 오신다//연초록/막사발 가득/담겨 오는 그 쓴 맛.”
시조 “칠불암 가는 길” 전문이다. 지리산 깊은 계곡에 있는 칠불암을 찾아 오르는 발걸음의 깊이와 그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비탈진 산길에서/죽순을 안나 들고//쑥갓과 봄상추는/텃밭에서 모셔온다//때 늦은/저녁도 좋다/눈 맞추고 앉으면.”
이 시에는 “귀촌”이란 제목을 붙였다. 높고 넓은 돌담 옆으로 지게를 지고 걷는 촌로의 사진을 옆에 실었다. 도회지에 살다가 시골로 귀촌한 시조시인이 느끼는 정감이 묻어나 있는 작품이다.
또 책에는 제주를 비롯해, 창포, 강진만, 소록도, 사량도 등 지명을 따서 붙인 시조도 있다. 시조 “사량도”에는 ‘박재두 시인을 생각하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통영 사량도 출신인 박재두(1936~2004) 시인은 진주에서 활동하며 섬세한 언어 구사력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김정희 한국시조문학관장은 “만상에 얼비치는 사랑과 그리움의 헌사”라는 제목의 해설에서 “시인의 자애로운 눈길은 자연과 인류애로 이어져 있는 사랑”이라며 “이토록 성스러운 자비심과 보살심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마음자리에서 우러난 작품을 눈여겨 보게 된다”고 했다.
김 관장은 “시인은 뜨거운 사랑, 열꽃 같은 정열의 화신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시조에 대해서나, 한 번 마음을 주면 끝까지 열과 성을 다한다”며 “시인의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은 별빛과 달도 숨죽이는 어려움이 안으로 금이 가듯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숨어 있던 공적은 길이 빛날 것”이라고 했다.
옥영숙 시인은 발문에서 “시인이 걸어온 길에서 사람 냄새가 나고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고운 품성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신애리 시인은 진주시조시인협회가 열었던 ‘시조교실’에서 시조 공부를 시작했고, 담임을 맡은 교실마다 시조짓기를 해서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과 함께 가는 시조 여행“이라는 14권의 시조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시조월드 신인상, 아세아문예 신인상, 호음문학상, 새싹시조문학상을 받았고, 수필집 <달빛을 보내주세요”를 펴냈으며, 38년간 교직 생활을 접고 지금은 지리산에 귀촌해 살며 시를 짓고 있다.
은혜 미용실 3
돌산도 아침부터
댓바람이 솔찮다
소금 밴 눈꽃 머리
이고 진 팔십 년도
꼼꼼히
말아주게나
너울진 물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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