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 즐거워진 비결 [직장인의 재미]
퍽퍽한 직장 생활에도 찾아보면 소소한 재미 거리가 분명 있다. 퇴사가 열풍이 되어버린 요즘, 어쩌면 그 재미 거리가 계속 회사를 다닐 큰 힘이 되어줄지 모른다. 여기에 18년 차 직장인의 재미를 전격 공개한다. <기자말>
[신재호 기자]
▲ 통근버스 출근길의 여유를 가져온 통근버스 |
ⓒ 언스플래쉬쉬 |
다음 날 예정 시각보다 일찍 나가서 기다렸다. 처음엔 어디서 타야 할지 모르다가 눈치로 줄 서 있는 사람들 뒤에 섰다.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버스가 도착했다. 운전 기사분께 인사를 하고 중간쯤 빈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살짝 뒤로 젖히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출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실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풍경 속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눈을 붙였다 뜨니 벌써 회사 후문 앞에 도착했다. 평소 출근 시간보다 30여 분이나 이른 시각이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사내 헬스장에 가서 뛰기로 했다. 그때부터 아침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통근버스의 여유 통근버스 안에서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는 여유를 갖다 |
ⓒ 신재호 |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출근길 내내 지옥철에 시달렸다. 5호선을 시작으로 2호선과 4호선을 갈아타는 여정은 살인적이었다. 특히 2호선 사당역에서 내릴 때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인파로 인하여 못 내릴 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빈번한 시위로 인하여 4호선 이용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그로 인해 회사도 몇 번 지각하였다.
▲ 통근버스로 인한 아침 운동 통근버스로 인한 아침 시간의 여유로 운동을 시작하다 |
ⓒ 신재호 |
연구 결과 모든 가구 유형에서 통근시간은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맞벌이 가구 여성이 다른 가구보다 가장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그 이유로는 가사 및 육아로 인해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시민들의 통근 부담을 경감 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통해 통근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 및 사회적 문제 해결뿐 아니라 시민의 복리후생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논문 결과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나 같은 경우도 비록 두 달 정도의 통근버스 이용이었지만 삶의 질이 그 전에 비할 바 없이 향상되었다. 일단 출근 걱정이 사라지니 직장 만족도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누렸다. 아마도 다른 직장인도 그렇다면 마찬가지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다행히 직원 복지의 일한으로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노선의 제약이 있다. 운 좋게 운행하는 지역에 살면 혜택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나 역시도 최근까지 운행하는 노선이 없어서 가진 자 옆에서 그저 부럽기만 했다.
▲ 통근버스 차장 밖으로 바라본 풍경 통근버스 차장 밖으로 바라본 아름다운 새벽 풍경 |
ⓒ 신재호 |
직장 생활하면 할수록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회사에서 실적이 잘 나오길 압박만 했을 때보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편의를 먼저 제공할 때 훨씬 좋은 결과가 도출된 경우를 종종 보았다. 결국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이제 7월 말이면 인사이동으로 다른 근무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곳은 통근버스 운행을 하지 않기에 지금의 행복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또다시 출근길 지옥철을 맞닥뜨릴 생각을 하니 벌써 두렵다. 언제 또 이런 기회를 맞이할지 모르겠지만 통근버스가 주었던 여유는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마음 한편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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