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35)] 채성욱과 ‘모차르트!’의 관계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으면 애초에 관계를 맺기 힘들고, 한 번 맺은 관계가 저절로 유지되는 법도 없다.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2008년 데뷔한 채성욱은 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어가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2014년 뮤지컬 ‘모차르트!’의 사연부터 지난달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칠연까지 무려 네 번의 시즌에 걸쳐 작품과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제작사와 스태프, 배우 그리고 작품 사이에 실력과 노력 등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두텁게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모차르트!’에 벌써 네 번째 출연이라고요.
2014, 2016, 2020년도 시즌에 이어 2023년 네 번째로 ‘모차르트!’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 작품을 네 시즌이나 참여한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를 믿어주시고 캐스팅 해주셔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언제나 감사히 공연하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에 대한 애정이 클 수밖에 없겠어요.
‘모차르트!’를 저의 시그니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작품보다 참여 횟수가 더 많기에 그만큼 더 많이 공부했고, 이해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모차르트!’ 첫 무대도 강렬했지만, 그보다 첫 음악 연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악보를 받아들었을 때 너무 많은 성부 나뉨과 가사들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이걸 다 외워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커다란 숙제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모차르트!’는 새로운 10년의 출발선에 있는 만큼, 변화된 부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일단 ‘모차르트!’는 제가 함께한 네 시즌 동안 단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습니다. 무대, 조명, 영상, 분장, 의상, 대본, 음악, 안무까지 정말 모든 방면에서 항상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더욱더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리고 이번 ‘모차르트!’는 앞서 언급한 모든 방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시즌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엔 타이틀롤(볼프강 모차르트 역) 배우들도 모두 새로운 배우들로 채워졌죠.
볼프강 모차르트 역을 맡은 네 분 모두 각자가 지닌 색깔을 너무나 잘 표현해 주고 계신 것 같습니다. 워낙 어려운 역할이라서 제가 배우로선 도저히 엄두조차 못 낼 역할인데요, 배우에 따라 매력이 다르고 볼프강을 이해하는 관점도 다르기에 그렇게 완성된 자신만의 볼프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발트슈타텐 남작부인 역의 최지이, 윤지인 배우는 저와 함께 앙상블로 시작해 이번에 주연 배우로 무대에 서게 됐어요. 연습부터 공연을 올리는 지금까지 언제나 너무 자랑스럽고 뭉클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번외로 덧붙이자면, 우리 콜로레도 역의 민영기 형님은 정말 모든 시즌을 참여하시면서 그야말로 ‘레전드’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역시나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완벽한 콜로레도를 보여주고 계셔서 정말 대단하고,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2014년에 ‘모차르트!’를 처음 함께한 김소향 누나는 그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모차르트!’와 함께 하고 있고요. 10주년 공연까지도 콘스탄체로 함께 하다 이번엔 난넬 역할로 새롭게 함께한다는 게 참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이분들이 있어 제가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거 같아 개인적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서 언급한 배우들을 비롯해 다른 모든 배우분들 역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관객분들께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있음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며 공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실 이 부분은 당연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차르트!’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항상 새로운 캐스트들이 참여하는 부분이 많아서 특별한 우려는 없었습니다. 또 앙상블로 참여하면서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어요. 앙상블을 포함한 원캐스트 배우들은 테크 리허설부터 드레스 리허설까지 한 장면을 반복해서 시연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자리를 지켜주는 배우들이 있기에 공연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웃음).
-연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까요?
연습 과정 내내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지만, 이번에 조금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하남 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한 리허설이요. 배우들은 무대에 좀 더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 연습 중 약 한 달 가까이 되는 시간을 극장 세트에서 연습합니다. 이번 시즌의 경우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극장 세트와 함께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공연 컨디션과 같은 무대 세트를 갖춰 놓고 연습 한 점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실제 무대와 같은 훌륭한 컨디션을 마련해준 제작사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연기하고 있는 살리에르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역사적으로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 인생사에 있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저희 작품은 모차르트 인생에 더 집중하고 있기에 살리에르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표현하고 연기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앙상블 역을 맡고 있는데요, 모든 캐릭터에게 애착이 가지만 유독 볼프강 더블 역에 많은 애착이 갑니다. 볼프강 더블은 2막 중 ‘악몽’ 장면에서 볼프강과 같은 의상과 가발을 입고 실제 볼프강의 혼란스러운 내면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이에요. 이번 시즌에서 처음으로 변경된 부분이죠. 사실 가면을 쓰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어요. 가족들도 못 알아볼 정도죠(웃음). 그 가면을 쓰고 황세준, 박종배, 곽동기 배우 그리고 저까지 네 명의 배우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춤추고 연기하고 있습니다. 관객분들은 알아보지 못하시겠지만, 그 네 명의 배우가 이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앙상블 역들은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잖아요. 자신만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체화시키는지 궁금해요.
일단 대본에 나와 있는 텍스트를 가장 믿고 의지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들은 모차르트의 인생사를 찾아보고, 그렇게 스스로 유추한 부분을 연출부와 상의해서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는요?
‘모차르트! 모차르트!’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가장 애정합니다. 일단 ‘모차르트! 모차르트!’ 넘버는 합창곡 중 가장 완벽한 곡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라는 곡은 볼프강이 가장 원하고 바라왔던 삶을 처절히 표현하는 곡이라 생각하고요.
-10년을 넘겨 공연되고 있는데,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요즘은 릴스나 쇼츠와 같이 길이가 짧은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잖아요.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 볼 수 있는, 편리한 시대죠. 그런데 ‘모차르트!’는 한 인물의 역사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사실상 시대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정서의 작품이죠. 하지만 저희가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나 당시의 문화 등을 관객분들에게 최대한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매 시즌 있었기 때문에 지금 ‘모차르트!’라는 작품이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품의 아름다운 음악을 비롯해 무대, 조명, 영상, 의상 등 모든 부분에서 참 완성도가 높고 예술적인 면이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오랜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향후 이 작품에 다시 캐스팅된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나요?
글쎄요. 연기를 꿈꾼다면 아마도 볼프강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난 이후의 꿈일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에겐 제 배우 인생이 조금 더디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 이 ‘모차르트!’라는 작품을 네 시즌 동안 참여하면서 여러 선후배 배우들을 비롯해 공연에 참여하는 많은 분으로부터 배운 점이 많거든요. 그래서 배운 점들을 잘 소화하며 현재 참여하고 있는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꾼 건가요?
원래 제 꿈은 뮤지컬 배우는 아니었어요. 다른 학과를 다니다가 배우를 제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늦게 입시를 거치고 명지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거죠. 뮤지컬 전공이었는데 사실 저는 당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큰 애정이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동기들을 만나면서 이전의 제가 생각했던 배우의 길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 시야가 더 넓어진 거죠. 이후 동기들과 노래, 춤, 연기 연습 등을 함께 하며 뮤지컬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뮤지컬을 너무 사랑합니다. 제게 뮤지컬 배우의 길을 열어준 우리 동기들은 저에게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각자의 길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우리 only 5기 동기들에게 사랑하고,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네요(웃음).
-뮤지컬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면?
배우들과 함께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배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배우들도 많고요. 그런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고, 하나의 작품으로 무대 위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면 이 삶이 참 감사하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 내가 직업을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 꼭 지켜나가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무대 위에서는 주어진 배역에 맡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제 배우로서의 신념입니다.
-롤모델도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공민섭, 차정현, 정원일, 한연주, 백두산, 제병진, 이한밀, 전선진, 박선정..좀 많죠?(웃음) 저의 선배들인데요, 이분들이 제 롤모델입니다. 이분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저에게 참 많은 감동과 배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특정 작품이나 캐릭터가 떠오르진 않네요. 보통 새로운 작품을 하면 그 역이 작든 크든 매번 새로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요. 그 인물들을 만들어 가고 재창조해 내는 부분들이 어렵고 괴롭기도 하지만 너무 재밌어요. 수많은 작품이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캐릭터가 있기에 특정 작품의 특정 캐릭터를 정하긴 쉽지 않네요. 아직 안 해본 작품이 참 많고, 다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채성욱 배우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배우는 지금 살아가는 시대에 관해 고민한 결과를 무대 위에서 예술적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에 닫혀 있지 않은 사고를 가지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깨어 있고, 기민하게 생각하는 배우가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입니다.
-요즘 채성욱 배우의 고민거리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 아직도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있어서 레슨을 꾸준히 받고 있어요. 배우로서 부족한 점들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가 가장 고민이며, 동시에 스스로에게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채성욱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오래오래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15년의 세월 동안 많은 목표가 있었지만, 현재의 배우 채성욱으로서는 이 점이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이라 생각되어 지금으로서는 이 점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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