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로봇 CEO]⑤'실리콘밸리 순두붓집 개업이 로봇 개발로'…日 시장 1위

최동현 2023. 7. 1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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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구글 재직시절 부업으로 순두붓집 차린 게 계기
서빙로봇 성공 확신 안고 창업…소프트뱅크서 370억원 투자 유치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한국이 단순 로봇 소비국가로 머물면 안됩니다. 로봇 제조국가로 도약해야 합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베어로보틱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요즘 지방에 가면 비어있는 산업공단이 많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생기업의 제조업 기피와 생산공장의 잇따른 해외이전으로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란 이미지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로봇을 도입하면 정부가 얼마를 지원해주는 개념이 아닌 로봇 생산과 수출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제 막 로봇제조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자생력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식당에서 흔히 볼수있는 서빙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있다. 하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인텔 연구소를 거쳐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2016년 부업으로 실리콘밸리에 순두붓집을 열었다. 그는 일손이 부족한데 종업원이 구해지지 않자 서빙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련없이 구글에 사직서를 낸 그는 2017년 베어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하 대표는 "유전자·바이오·소프트웨어·공유자전거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해볼까도 고민했지만 구글을 그만둘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면서 "하지만 서빙로봇은 강한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베어로보틱스는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회사 설립 당시 만든 서빙로봇 '페니'가 입소문을 타 2018년 미국 외식업계 최대 규모 박람회인 'NRA쇼'(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Show)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280만달러(약 33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2019년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도 참가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3200만달러(약 37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다. 베어로보틱스는 안정적인 자금을 기반으로 서빙로봇 첫 양산모델인 '서비'(Servi)를 출시했다. 하 대표는 "소프트뱅크과 협업하며 유통·판매·사후서비스(AS) 등 많은 업무를 배울수 있었다"면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결재받기 위해 엔지니어와 밤새 보고서를 만든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서빙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베어로보틱스는 2021년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베어로보틱스가 로봇을 개발·제조하고 소프트뱅크 자회사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유통을 맡고있다. 현재 일본 내 서빙로봇 시장점유율 1위다. '서비'가 규모가 작고 테이블 간격이 좁은 일본 식당에서도 이동성이 우수해 기능 고장이 잦았던 중국 로봇을 빠르게 대체했다. 하 대표는 "일본도 고령화 등으로 서빙로봇을 찾는 점주가 많다"면서 "가격경쟁력보다는 고객만족으로 다가선 전략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국내 서빙로봇 유통은 주로 KT가 맡고있다.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한달 이용료는 약 65만원 수준이다. 하 대표는 "외식업장에 물건 하나 넣기가 쉬운 건 아닌데 KT는 기술 기반이 우수하고 전국 영업망을 갖춘 조직이라 도움을 많이 받고있다"고 말했다. 또 "KT 외에도 CJ·SPC·신세계·호반건설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로봇을 공급중"이라고 덧붙였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빙로봇 전량을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공장에서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든다. 미국 본사 직원들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에서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지만 하 대표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하 대표는 "한국의 제조역량과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강점을 중국과 미국 국적의 두 공동창업자에게 설명했고 동의를 이끌어냈다"면서 "대량생산하는 공산품과 달리 로봇은 다품종 소량생산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생산비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어로보틱스 테크센터' 위치도.(사진출처=대구시청)

베어로보틱스는 지난달 대구시와 달성군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서비스로봇 연구·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2만2424㎡ 부지에 683억원을 투자해 '베어로보틱스 테크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테크센터는 올해 하반기 착공해 내년 말 본격 가동된다. 하 대표는 "로봇을 연구개발(R&D)하고 테스트하기 위한 일종의 운전면허 시험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서비 에어', '서비 플러스', '서비 리프트' 등 신규 로봇 라인업도 추가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올해 말까지 국내외에 1만5000대~2만대의 서빙로봇을 누적 공급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내년 초엔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실내 배송로봇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유럽과 동남아 등지로 시장도 더욱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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