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넘버 90%]①20대 유권자 "지역구 의원 몰라…상황보고 내년 총선 투표"

오주연 2023. 7. 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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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립 벼랑 끝 양당 정치, 해법은?
아시아경제 총선 여론조사
유권자 85% "내년 총선 투표한다"

편집자주 -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정 안정론'을 앞세운 정부여당과 '정권 심판론'의 야당간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건설적인 토론이나 합의 절차가 사라진 정치권에선 원색적인 비난과 헐뜯기가 난무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양당정치는 벼랑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무관심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언제까지 '정치 무관심→낮은 투표율→양당 정치 심화→여야 갈등 확대→정치 혐오'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야 할까. 아시아경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속마음에 주목했다. 또 9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로 정치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북유럽 사례를 토대로, 내년 총선 투표율을 높이고 양극화된 국내 정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극단으로 치닫는 양당 정치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10일 아시아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 및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이 "잘한다"는 응답은 32.9%에 불과했고, "잘 못 한다"는 답변은 50.6%에 달했다. "잘 모르겠다"며 판단을 미룬 유권자 16.5%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7명 가까이 정치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셈이다.

유권자가 뽑은 한국 정치 가장 큰 문제는 '양당 정치'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거대양당 중심의 대결적 구도(23.0%)'가 꼽혔다. 양당 구도에서 국내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최선'이 아닌 '차선 혹은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으면서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되지 않은 불만으로 읽힌다. 또 양당 정치가 고착화되는 과정에서 대안 없는 비난만 쏟아내는 등 정치 혐오를 키운 탓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가 '정책'보다는 특정 세력, 특정 인물에 초점을 맞춰 성장하면서 '공정한 룰'이나 '발전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다수가 '불투명한 공천과정(21.5%)'과 '인기 영합적인 정책 발표(19.4%)'를 한국 정치의 문제라고 답변했다. '정치인과 유권자 간 괴리(14.1%)', '승자독식의 선거제도(10.9%)'도 그 뒤를 이었다.

정치권은 올해 초부터 선거제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 개혁' 논의에 돌입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개 안을 도출해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었고, 국회의장실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에서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정개특위에 제안했다. 국내 양당 정치의 한계와 심각한 정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찬성' 응답은 18.4%에 불과했고, 반대는 79.0%에 달했다. '잘 모름'은 2.5%였다.

20대 유권자 10명 중 4명 "지역구 국회의원 몰라요"

20대 유권자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3.0%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알고 있다"고 답변하는 등 유권자 대부분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20대의 정치 무관심이 도드라진 것이다. 지역구 정치인에 대한 관심도가 전 연령층에서 20대가 가장 낮았다.

20대 유권자는 지역구 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에서도 인색했다. "매우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는 7%에 그쳤다.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9.2%로 가장 많았고, "잘 모르겠다"는 비중도 27.5%에 달해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MZ세대 한국생각'을 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대의 경우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이념이나 진영적 성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당보다는 정책이나 특정 후보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탈이념, 탈진영 성향은 곧 탈정치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20대는 내년 4월 치러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 의지도 가장 적었다. 응답자의 85.1%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변했지만, 20대는 79.8%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총선 상황을 보고 투표를 결정하겠다는 응답은 15.6%로 전 연령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 대부분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인지했고, 또 내년 총선 투표 의지도 90%에 육박하는 등 정치와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높은 정치 관심도가 실제 투표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9.0%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에 그쳤다. 역대 총선 투표율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지만, 여전히 '매직 넘버'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의 '꿈의 투표율 9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6차례 치러진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57.0%였다. 제16대(2000년) 총선 당시 투표율은 57.2%였고, 이후에도 각각 60.6%(17대), 46.1%(18대), 54.2%(19대), 58.0%(20대) 등이다. 반면 세계에서 국가경쟁력 1위로 꼽힌 덴마크의 경우 총선 투표율은 최근 4번의 기간 동안 평균 8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양당 정치가 고착되면서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진 점이 우리나라의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명희 코펜하겐대학교 정치학과 산하 NIAS(Nordic Institute of Asian Studies)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제도권에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정당들에 의해 대변되지 못하는 목소리는 거리에서 시위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월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4만4549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2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2.2%를 나타냈다. 무선(10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조사했다. 통계 보정은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성별·연령대별·권역별 림가중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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