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개딸들의 합창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3. 7. 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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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에 전천후적인 반일투쟁
재미는 민주당 사람들이 봤으면서
선동 의존형 정치는 패망을 부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정권 오염수투기 반대 천명 촉구 비상행동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천국으로 갔다. 그는 그곳에서 좀 더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마침내 베드로로부터 천국의 합창단을 꾸리도록 위임을 받았다.

“1만 명의 소프라노가 필요합니다.”

루스벨트가 베드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남자 알토 가수 1만 명과 테너 가수 1만 명, 그것도 급히 부탁합니다.”

“좋아, 그러면 베이스 부를 사람은?”

베드로가 묻자 루스벨트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나 혼자서 합니다.”(장수철, 세계인의 유모어)

막무가내에 전천후적인 반일투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 백지화 논란에서 다시 ‘이재명 합창단’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규모가 루스벨트 합창단에는 어림없겠지만 적어도 파트마다 100명 정도씩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베이스는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 혼자 감당한다. 베이스파트만 맡는 게 아니라 합창단의 지휘까지 맡고 있다. 주 레퍼토리는 ‘개딸들의 합창’이다.

화음이 잘 이뤄지면 합창은 청중에게 감동을 준다. 그런데 파트마다 내지르기만 하면 감내하기 어려운 소음이 되어 버린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조차 그냥 소리만 질러댄다. 중요한 것은 선동 효과다. 지성 이성 합리성 따위에 구애되면 ‘민주당 식 합창’이 될 수 없다는 것만 명심하라. 지휘자의 방침이라는 게 대충 이럴 것 같다. 짐작키로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후의 바닷물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은 과학적 계산의 결과다. 그걸 태평양 연안국, 태평양 도서국 사람들은 믿는다. 방류국이 일본이든 어디든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류 후 해수의 유해성 여부다. 그런데 민주당 이 대표를 비롯한 한국의 좌파 정치세력은 세계원자력기구(IAEA)가 내놓은 안정성 평가 종합보고서를 ‘오염수 해양 방류의 통행증’이라고 비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사무총장이 9일 민주당의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우원식 고문과 국회에서 면담을 가졌으나 입장 차이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민주당 측은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고 몰아세웠다.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과학은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제는 국제기구까지 ‘친일세력’으로 몰아 매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막무가내에다 전천후적인 반일 투쟁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감과 반일감정이야말로 선동에 최적화된 타깃이다. 내년 총선을 위한 승리전략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을 설득할 방법은 없다. 과학적 진실을 믿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의도를 믿겠다는 사람들에게 ‘설득’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건 그렇다하고, 그로시 총장의 말처럼 더 위험한 북한핵에 대해서는 수십 년 동안 어떻게 그 ’위험성‘을 참아주고 변호까지 해 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후쿠시마보다 50배나 더 많다는 중국의 삼중수소 배출에 침묵하는 까닭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재미는 민주당 사람들이 봤으면서

국가경영에서도 정치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기준‘이다.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모호하면 이미 기준이 아니다. 중국 진시황제의 업적 가운데도 맨 앞자리에 놓인 것이 ‘도량형 통일’ 이었다. 민주당의 기준은 뭔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을 둘러싼 논란도 민주당이 ’회심의 역작‘으로 띄워 올린 선동 에드벌룬이다. 정부가 고속도로의 종점(중부내륙고속도로와의 분기점·JCT)을 당초의 양평군 양서면 도곡리에서 강상면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민주당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를 위한 계획변경이라는 에드벌룬을 높직이 띄워 올리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도 치솟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법하다. 국민들은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특혜에 특히 민감하니까.

알고 봤더니 원안에 없는 강하 나들목(IC)설치를 당시의 양평군수와 양평군의회(국민의힘이 다수)이 같이 요구했다. 강하IC 안이 설득력이 있어서 정부가 검토에 들어갔다. 강하IC가 설치되면 종점은 강상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쪽이 양평의 인구 밀집지역이기도 해서 이용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JTC는 토지가격 상승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나들목이 아니라 다른 길과 연결되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를 위해 노선과 종점을 변경했다는 (이해찬 발) 선동을 시작했다. 원안의 종점 인근에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의 땅 1만㎡(3000여 평)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땅이 강하IC 예정지 인근에 있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밝혀졌다. 문재인 정부 때 착공된 서울~세종시 고속도로 연기나들목 추가 설치 덕분에 이해찬 전 당 대표의 땅 값이 급등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민주당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두고두고 민주당의 특혜설 시비에 휘둘릴 것은 우려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 버렸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지 않다. 양평군민의 불편을 들어 백지화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희한한 것은 특혜 의혹을 날마다 떠들었던 민주당과 그 주변 인사들이 백지화를 규탄하면서 원 장관의 퇴진, 심지어 탄핵까지 들먹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면 한다고, 안 하면 안 한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선동 의존형 정치는 패망을 부른다

지난 정권의 그 풍요롭던 표밭을 황폐화시킨 것이 바로 민주당의 높은 사람들이었다. 문 대통령,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정부의 외교·안보·국방 라인의 정권 자폭적 행태가 특히 두드러졌었다. 집권 민주당 쪽에서는 ‘사이다 발언’ 말고는 특별한 정치적 족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인격적·형사적 문제와 의혹을 양산하고 있었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 지사가 파국을 거들었다. 과거 정부에 대해 대단한 빚이라도 준 양 책임추궁을 하다가 스스로 망한 것이다.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은 180석의 환상에 도취돼 있다가 자멸했었다. 공천과정에서 심각한 내홍이 일어났다. 공천관리위원장이 점령군 사령관처럼 위세를 떨치고 당 대표가 이에 저항하는 해괴한 광경이 벌어졌다. 교만의 끝은 파멸일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서로 제초제를 뿌려대다가 온 논밭의 곡식 모두를 죽여 버리고 말았다.

“총선 낙관론은 절대 안 된다. 특히 170석, 180석 같은 발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이 지난달 30일의 비공개 의총에서 강조했다는 말이다. 그러잖아도 민주당과 관련해 ‘180석의 저주’ ‘180석의 악몽’이라는 기사 제목이 자주 눈에 띈다. 너무 큰 성공에 도취해서 파국이 올 수 있음을 잊어버리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경계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 절대다수 의석의 힘을 민주당은 함부로 휘둘렀다. 그 힘에 스스로 취해서 영원한 승자일 것처럼 으스댔다.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청사진을 마련해 제시하는 게 힘드니까 상대방 악마화를 위한 선동정치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 ‘개딸들의 합창’이 주는 안도감 자신감에 빠져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선동술을 구원의 밧줄로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

민주당이 사는 길은 선동정치 포기에 있다. 선동은 혼란 이외엔 아무 것도 생산해 내지 못한다. ‘오염수 괴담’을 퍼뜨리며 국제기구에 모욕을 안기고, 헛다리짚는 식의 의혹제기로 정부를 공격할수록 국민의 신뢰에서는 멀어진다. 선동으로 승부할 양이면 의석수의 다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 원내 제1당이면 그만한 품격과 진지함·책임의식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임종성 의원)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오염수에서 수영할 생각도 없다.”(우원식 의원)

오염수를 마시라고 할 사람, 오염수에서 헤엄치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지금이라도 이 호들갑스러운 선동을 멈추는 게 스스로를 돕는 길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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