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여름은 이제 서핑의 계절, 파도를 타고 바다를 달려볼까요
평형감각 살려 타이밍 잡으면 서핑 초보자도 파도타기 어렵지 않죠
미국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외국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던 서핑이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하고 쿨한 수상 레저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시적 열풍을 넘어 대중적인 해양 레저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2020 도쿄에 이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이 돼 그 관심은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서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어릴 때부터 서핑을 접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죠. 뜨거운 여름, 서프보드에 몸을 싣고 파도 위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서핑을 즐기는 모습 상상만 해도 너무 설레지 않나요. 올여름, 파도를 타는 짜릿한 즐거움에 빠져봅시다.
‘파도타기’라는 뜻의 서핑(surfing)은 서프보드를 타고 파도의 경사면을 오르내리며 높이와 속도, 기술을 겨루는 스포츠로 고도의 평형감각과 정확한 타이밍이 요구됩니다.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호주 골드코스트 등 사시사철 좋은 파도가 있는 바다가 있는 지역에서 성행했는데, 슈트와 보드의 발전, 서핑 문화의 확산으로 최근엔 세계 어느 해변에서나 즐기게 됐죠. 일반적인 서핑 이외에 서프보드 위에 돛을 세우고 바람을 받아 파도를 타는 윈드서핑,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카이트서핑, 공중에서 서프보드를 타고 서핑하는 스카이서핑,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으며 투어링을 하는 스탠드 업 패들보드, 보드 없이 맨몸으로 파도를 타는 보디서핑 등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처음 서핑을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하와이나 타히티에 살던 고대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돼요. 폴리네시아는 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에 있는 수천 개의 섬들을 총칭하며, 광대한 태평양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해역에서 살다 보니 원주민들은 바다와 친화적이었죠. 나무로 만든 보드를 타고 파도를 즐기는 놀이도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성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폴리네시아인들은 서핑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마을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고, 서핑이 사회적 신분 및 정치적 권력을 얻는 방법이었다고 하죠.
1767년 유럽 선원들이 타히티 연안에서 길고 무거운 보드를 이용해 물 위를 걸어가는 폴리네시아인을 본 뒤 서양에 서핑이 알려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1800년대 하와이 섬들을 방문한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 모든 원주민들의 문화가 금지되어 서핑도 쇠락의 길을 걷다가, 여전히 서핑을 할 줄 알고 보드를 만들 줄 아는 일부 하와이 원주민들에 의해 서핑이 후세에 전파되었습니다.
하와이 사람들에 의해 근근이 이어져 내려오던 서핑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하와이 출신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듀크 카하나모쿠가 세계를 여행하며 서핑을 대중에게 시연하면서부터죠. ‘현대 서핑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와이키키 해변에 최초의 현대적인 서핑 클럽을 열고 서핑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했어요, 특히 1960년대 영화 ‘기젯(Gidget)’과 ‘비치 보이스’ 등의 서핑 뮤직은 서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크게 키우며 세계적인 서핑 붐을 일으킵니다. 이후 서핑은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등 자연조건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죠.
1990년대 중반 외국인·교포·유학생에 의해 한국에 전파된 서핑은 제주와 부산을 거점으로 확산됐고, 몇 년 전부터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서핑 인구는 2014년 4만 명에서 2019년 40만 명으로 10배나 증가했고, 서핑숍·서핑학교 등 관련 업체 수도 2014년 50여 개에서 2017년 200여 개로 4배 규모로 성장했어요. 국내 ‘서핑 성지’라고 불리는 강원도 양양군 죽도·인구 해변 일대의 경우 서핑을 위해 찾는 관광객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숍·카페·게스트하우스 등 독자적인 상권이 형성됐죠. 현재 서핑 인구는 일일체험 등으로 경험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여름철 대표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어요.
서핑은 최근 올림픽 종목으로도 채택돼 그 위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듀크 카하나모쿠는 언젠가 서핑이 올림픽에 포함될 수 있다는 꿈도 함께 전파했는데요. 2016년 8월 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투표를 통해 서핑은 2020 도쿄 올림픽 무대에 첫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서핑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종목 중 하나죠. 다만 올림픽 서핑 경기는 파리가 아니라, 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섬 타히티에서 열립니다. 매년 세계서핑리그(WSL)를 개최하는 장소 중 하나인 테아후푸 해변이 올림픽 서핑 경기 장소로 선정됐죠.
■ 서미희 송정서핑학교 대표 인터뷰
「 대한민국에 서핑을 낳은 사람, 독학으로 서핑을 배운 서퍼이며, 서핑 국가대표 선수를 비롯해 많은 서퍼를 교육한 ‘한국 서핑의 대모’. 서미희 대표가 운영하는 송정서핑학교는 국내 최초의 서핑학교 겸 숍이자 전국 바다 중에 서핑 중심 지역이 생겨나게 된 시작이기도 해요. 소년중앙이 서미희 대표에게 서핑에 대한 궁금점과 한국 서핑이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습니다.
- 어떻게 서핑과 연을 맺게 됐나요.
처음에는 윈드서핑을 했어요. 당시 동호인 여자 중에 전국에서 가장 잘한다고 자부했죠. 올림픽을 나가고 싶었지만 결국 출전은 못 했죠. 1996년에 부산 송정해수욕장에 윈드서핑 숍을 차렸는데 윈드서핑으로는 절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구조더라고요. 장비도 비싸고 코치 한 명이 따라다니며 두 명 정도만 가르쳐도 바빠서 교육이 원활하지도 않았죠. 그러다 1997년 10월쯤 한 외국인이 서핑하는 걸 보고 ‘아! 이거다’ 싶어서 독학으로 배웠죠. 윈드서핑도 보드 위에 서서 타고 학창 시절 스키나 수상스키도 잘 탔기에 보드에 대한 개념은 잡혀있던 상태여서 가능했어요. 스키 같은 경우 겨울에만 타니까 시즌이 너무 짧잖아요. 서핑을 보는 순간 스키의 시스템이 보였는데 이걸 사계절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더라고요.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 발리 특히 우리 기후하고 비슷한 일본을 쫓아 다녔는데, 일본 한 해변에서 100여 명이 서핑 교육을 받는 걸 보고 저들이 가능하면 우리도 가능하다 생각하고, 서핑을 알리며 사계절 서핑을 즐길 수 있게 하는데 온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제가 매스컴을 타면서 서핑이 많이 알려지게 됐죠.
- 서핑의 인기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단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사실 발리 가면 95%가 가난하거든요. 근데 어린이들 전부 다 서핑을 해요. 왜냐하면 바다가 공짜잖아요. 가난해도 누가 버린 보드를 자기가 수리해서 놀죠. 그리고 파도를 타고 내려온다는 희열감이 대단해요. 짜릿하면서 몸에 전기가 오죠.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들이 잘 오는데 물에 한 번 들어갔다 오면 머릿속이 리셋되어 나옵니다. 장비도 단순하고, 가격도 싸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 탈 수 있죠. 장비가 비싼 종목은 절대로 대중화될 수 없어요.
- 서핑을 할 수 있는 바다가 따로 지정돼 있나요.
그렇지는 않지만 7~8월에 파도가 잘 오는 곳이 있고 안 오는 곳이 있어요. 수심이 너무 깊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파도가 생성돼야 되는데, 수심이 깊은 곳은 절대로 파도가 안 생기고 암초가 많은 곳은 파도가 있어도 들어가면 안 되다 보니 주로 해수욕장에서 하게 되죠.
- 국내에 좋은 서핑 포인트를 소개한다면요.
부산 송정입니다. 제가 송정을 선택한 이유죠. 사계절 기온이 따뜻하고 한겨울에도 수온이 14도를 유지하거든요. 서해안은 한겨울에 3~4도, 동해안은 7~9도 이렇죠. 송정은 수온이 따뜻해서 바깥 기온이 낮을 때 보면 바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요. 사계절 서핑이 가능한 곳입니다.
- 서핑도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당연합니다. 네 살 때부터 해야 합니다. 다만 교육이 아니고 놀이로 해야 해요. 우리 애들도 제가 그렇게 키웠는데 조그마한 보디보드라고 누워서 타는 거 있어요. 그걸 막 타고 놀다가 형들이 서핑 하는 거 보고 ‘엄마 나도 저거 탈래’ 그러면 가르쳐주는 거죠. 애들은 몸이 가벼워 더 잘 타죠. 대신 파도를 읽는 능력은 좀 떨어져요. 간혹 위험하지 않냐고 하는데 슈트 자체에 부력이 있어요.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도 물속으로 안 들어가지죠.
- 서핑에서 확장해서 봉사단 ‘서프 레스큐’를 창단하고 해양 쓰레기 퇴치 운동도 하고 계신데요.
서프 레스큐는 한마디로 민간 구조대, 서프보드로 익수자를 구출해내는 수상 인명구조 방법이죠. 제가 윈드서핑으로 호주를 갔을 때 바람이 심한 날 우리나라 사람들만 남아서 훈련을 하게 됐는데 해양경비정이 나타나더니 아무 말 안 하고 따라다니며 지켜주더라고요. 소리 없이 누군가를 지켜주고 가는 게, 너무 멋진 거예요. 예전에 송정에 MT 온 친구들이 물에 빠져 죽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레스큐를 해야 되겠다, 누군가를 지켜줘야겠다 했죠. 서퍼들은 바다와 친해서 그런 상황에 두려움 없이 오로지 저 사람을 구해야 되겠다는 단 한 가지 생각만으로 바다로 뛰어들거든요. 파도를 읽을 줄 알고 조류를 읽을 줄 알아야 구조가 쉽습니다. 구조용 보드를 들고 뛰어들어 구조해내죠. 그리고 바다에는 수많은 쓰레기가 있어요. 모래 밑에 유리, 쇳조각 이런 것들이 어마무시하게 있죠. 바다 안에서 다쳐 오는 것보다 해변에서 다치는 게 더 많아요. 그래서 바다 청소를 시작해 한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 누구에게 서핑을 추천해주고 싶나요.
사춘기 아이들한테 권하고 싶어요. 사춘기엔 끊임없이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속이 늘 부글부글 끓잖아요. 그런 아이들한테 제일 권하고 싶고요. 사실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좋아요. 바다는 넘어져도 별로 안 다치거든요. 맨발로 다니는 거 자체도 건강에 굉장히 좋고요. 해변을 맨발로 걷고, 보드 위에서도 맨발로 모든 걸 다 하거든요. 발바닥 자체로 운동할 수 있죠.
- 앞으로 서핑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송정에서 서핑을 발견하면서 ‘내 꿈을 찾았다’ 생각했죠. 저는 여기로 오기 위해 그전의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 몽땅 다 서핑을 시키는 게 목표예요. 지금 양양이 서핑의 메카다 송정이 메카다 이런 말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엔 메카가 없습니다. 그냥 관광객 위주거든요. 진정한 메카가 되려면 지역 아이들이 서핑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구청이나 교육청을 통해 후원받아 송정초등학교 아이들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서핑을 시켜서 취미로, 선수로, 직업으로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칠 예정이에요. 지금은 먼저 선생님들이 하고 계시는데, 이제 전교생이 다 배워서 가을 운동회를 서핑 대회로 하는 거죠.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서핑하고 학교 갔다가 쫓아와서 서핑하는 거죠. 근처에 학교가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송정이 메카가 되기 좋다고 생각해요. 겨울에는 아직 동호인들밖에 없는데 지역 아이들이 한겨울에도 서핑하고 그걸 보며 한겨울에도 교육받는 사람들이 생기면 서핑은 진정한 사계절 해양 레저가 될 겁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서핑
서핑의 매력을 직접 알아보고 파도 타는 즐거움을 느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웨이브파크를 찾았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는 길이 200m, 높이 2m의 파도가 1시간에 1000회까지 치며,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1년 내내 질 좋은 파도와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바다에서 즐기는 서핑의 경우 좋은 파도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아 많이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고, 강원도·부산·제주도까지 가야 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죠. 갔는데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서핑 계획이 무산되기도 합니다. 인공서핑장에선 그럴 일은 없죠.
서핑 초보인 소중 학생기자단은 우선 서핑할 때 입는 웨트슈트로 갈아입었어요. 웨트슈트는 차가운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해주며, 보온 기능이 있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돕고, 간단한 찰과상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죠. 웨트스튜는 지퍼가 등으로 가도록 해서 다리부터 넣고 발을 시작으로 천천히 당겨 입어야 해요. 최대한 어깨와 다리를 위로 당겨 주름이 없도록 하는데, 평소 사이즈보다 작게 입어야 해서 옷을 입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박재인 학생기자는 “옷 입는 게 너무 힘들어요. 서핑하기도 전에 지치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요”라고 했죠.
웨이브파크에서 강사 및 코치를 교육·훈련하는 김동희 헤드 코치가 소중 학생기자단의 강습을 맡았습니다. 간단하게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서퍼들의 인사, 수신호 샤카(Shaka) 사인도 배웠어요. 느긋하게 주먹을 쥐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 손등을 상대방에게 보이며 손목을 가볍게 흔들면 되죠. “‘안녕’ 혹은 ‘나는 괜찮아’, ‘잘했어’ ‘OK’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물에 들어가서 다른 친구가 파도타기에 성공하거나 내가 성공하면 샤카 사인 딱 하면서 소리 지르고, 옆에서 보는 친구들도 샤카 하면서 응원해주고 하면 되는 거예요.” 이후 소중 학생기자단은 수시로 샤카 사인을 하며 서로 격려하고 응원했죠.
한재민 학생기자가 “영상으로 큰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거대한 파도를 만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김 코치는 “제주도에 태풍이 오고 난 뒤나 양양의 겨울 파도 시즌이 되면 외국에서 보던 그런 동굴이 막 생기는 파도를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웨이브파크에서는 인공적으로 그런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서퍼들이 파도 동굴을 타고 가는 라이딩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죠.
서핑을 할 수 있는 두 군데의 서프코브 중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은 우측 베이에 들어가 안전한 벽 쪽 라인에서 서핑에 도전했습니다. 서프보드에는 숏보드와 롱보드가 있는데 숏보드는 빠르고 강력한 턴을 구사할 수 있고, 롱보드는 로깅이라고 걸어가면서 보드에서 왔다 갔다 하는 기술을 구사할 수 있죠. 입문용 강습은 대부분 롱보드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서퍼들은 서프보드를 물고기 같다고 생각해요. 앞부분은 물고기 코라고 해서 노즈(nose), 끝부분은 꼬리라고 테일(tail)이라고 하죠. 무엇보다 보드의 뒤쪽에 달려있고 한쪽은 여러분의 발목에 묶는 안전 장비인 리쉬(leash)를 꼭 기억하세요.”
서프보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본 동작을 배우기 시작했죠. 김 코치는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서핑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꼭 갖춰야 한다"며 "한 발씩 성장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서핑을 시작할 때 가장 기초가 되고 중요한 기술이 바로 패들링입니다. “패들링을 못하면 파도를 타러 갈 수도 없고 파도를 잡을 수도 없어요. 파도를 잡는다는 건 파도의 경사면에 맞게 파도 위에 올라탄다는 뜻이에요. 파도를 잡지 못하면 서프보드 위에 일어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잘 연습해야 하죠.” 서프보드 위에 엎드린 상태에서 상체와 가슴을 최대한 높게 들고 시선은 정면을 보며 다리는 오므리고 발가락으로 단단하게 지탱합니다. 김 코치의 호령과 함께 한쪽 팔씩 저어줬죠. 손바닥으로 밀어낸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래팔로 물을 뒤로 밀어낸다는 생각으로 팔을 저으면 좀 더 깊숙이 저을 수 있다고 해요.
다음으로 서프보드에서 일어나는 테이크오프 동작을 배웠습니다. 테이크오프는 총 세 동작으로 구분되는데 패들링 하다가 ‘푸시’라고 호령하면 겨드랑이를 붙이고, 가슴에 실려 있던 체중을 양팔로 옮겨주고 팔을 쭉 펴서 상체를 일으켜 세우죠. 스탠드 업은 재빨리 일어서는 동작이에요. 가볍게 튀어 오른다는 느낌으로 양손을 짚고 있던 위치 주변에 앞발이 오도록 하는데, 패들링 중 가슴에 있던 중심이 손에서 다리로 옮겨가며, 무릎을 살짝 구부려 쿠션 역할을 하게 되죠. 파도 상황에 맞춰 상체를 일으키면 됩니다. “이제 업 하면 세 가지 동작은 한 번에 다 하는 거예요.” 연속 동작을 여러 번 하며 기본 동작을 익혔습니다. 더운 날씨에 계속 연습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죠. “그럼 잠깐 시원한 물에 들어가서 열기를 식히고 오세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신나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며 다시 연속동작을 해냈죠.
유정현 학생기자가 “최소 얼마나 연습해야 물에 잘 설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죠. “오늘 하자마자 잘 설 수 있어요. 누구나 쉽게 입문하고 누구나 쉽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단, 옆으로 가는 게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죠.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보통은 주에 2회 정도 오시는 분들이 한 5~6번 정도 오면 옆으로 수월하게 가기 시작합니다.” 박재인 학생기자가 “서핑을 잘할 수 있는 팁이나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부탁했어요. “서핑은 자주 많이 오래 타야지 잘할 수 있는 스포츠예요. 왜냐하면 서핑에 필요한 근육들이 있는데 이 필수 근육은 결코 인위적으로 기를 수가 없어요. 서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근육들이 형성되고 서핑하기 위한 몸으로 바뀌게 됩니다.”
김 코치는 눈 감고 한 발로 오래 서 있는 사람, 밸런스 균형 감각이 좋은 사람들이 보통 서핑에 쉽게 입문하고 빨리 는다고 덧붙였죠. 코어의 힘이 굉장히 중요해 요가·필라테스·크로스핏 같은 전신 근육을 세부적으로 모두 사용하는 운동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기본 동작을 익힌 소중 학생기자단이 수상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물 안에 보이는 노란 선 안에서만 타야 하고, 넘어질 때 손가락으로 잘못 짚으면 다칠 수 있으니 절대 손으로 짚지 말고 머리로 다이빙해서도 안 된다고 주의를 줬죠. “리쉬는 굉장히 좋은 안전 장비지만 리쉬를 자꾸 끌고 가다가 파도가 내 보드를 탁 치면 보드가 훅 날아가요. 그럼 손을 다칠 수 있겠죠. 그래서 항상 리쉬 말고 서프보드를 잡아야 해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질 땐 항상 손으로 머리를 잘 가리고 넘어져야 합니다. 물 위에 떠 있던 서프보드가 파도에 밀려와서 얼굴을 때릴 수 있으니 물에 빠졌다가 나올 때도 항상 머리를 잘 감싸야 하죠. 서프보드는 파도가 오는 방향이 아니라 항상 옆에 둬야 한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여기 얇은 노란 선을 넘어서면 굉장히 얕아져요. 그러니까 얇은 노란 선 넘기 전에 서프보드에서 내려야 하는데 실수로 이 선을 넘었다면 그냥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두 손을 서프보드 위에 얹고 자동으로 멈출 때까지 기다리세요.”
헬멧을 쓰고 물에 들어가기 직전에 리쉬를 발목에 연결합니다. 흔들어도 풀리지 않게 세게 묶어야 하죠. 서프보드를 들고 물에 들어가자 김 코치가 한 명씩 파도에 실어서 보내줬어요. 배운 대로 일어서려는 순간 서프보드가 흔들거리며 기울어져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죠. 실수는 여기까지! 소중 학생기자단은 바로 물에 적응하고 연습했던 대로 천천히 서프보드에서 일어서는 동작까지 성공했습니다. 이제 오래 버티며 파도를 타야죠. 몇 번 넘어지고 나면 오기도 생기고 요령도 생겨서 조금씩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돼요. 파도타기에 성공하고 나면 성취감에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이게 서핑의 매력이구나 알게 되죠.
김 코치는 서핑의 매력으로 내가 원할 때 손에 잡을 수 없는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너무 서핑이 하고 싶어 바다에 갔는데 파도가 없거나 혹은 파도가 크거나 그러면 서퍼들은 계속 기다려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원하는 파도가 왔을 때 그 파도에 들어가 지금까지 연습했던 것들을 성공하면 짜릿하죠. 또 사랑하는 친구들과 같이 물 위에서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서핑 끝나면 다 같이 밥도 먹는 등 무궁무진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연습의 즐거움, 성취감, 커뮤니티의 재미 등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서핑은 모든 보드 운동의 어머니입니다. 서핑을 하던 서퍼들이 스케이트보드를 만들고, 또 산으로 가서 스노보드를 만든 거죠. 스노보드는 슬로프를 타고 올라가고 웨이크보드는 배가 날 끌어줘야 하는데, 서핑은 온전히 자연에 모든 걸 다 맡겨야 하죠. “파도에 나를 맡기고 파도까지 나가야 하는데 초보자들이 제일 좌절하는 건 파도가 큰 날에는 뚫고 나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체력을 길러야 하고 스킬을 익혀야 하는 끝이 없는 스포츠예요.” 앞으로도 그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 덕분에 서핑의 인기는 계속될 거라고 했죠. “서핑을 안 해본 모든 사람에게 서핑을 추천해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여러분의 삶이 조금은 행복해질 거예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핑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할 만했어요. 처음 동작만 배웠을 때는 그네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것과 비슷해서 무섭지 않을 것 같았죠. 하지만 실제로 물에 들어갔을 때는 생각보다 파도가 너무 크게 쳐서 처음엔 정말 무서웠어요. 파도를 가르며 서프보드에서 일어났을 때는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시원한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는데요. 물이 점점 얕아지자 나중에 바닥에 머리를 박을까 봐 무서워서 조금 빨리 내려서 많이 아쉬웠죠. 다음번엔 더 오래 타기를 도전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취재하기 전에는 서핑이라는 운동이 아주 어려울 것 같았지만, 코치님께서 서핑을 해보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서핑을 추천하실 만큼 막상 해보니 재미있고 쉬웠어요. 이번 여름 여러분도 한번 서핑에 도전해 보세요!
박재인(서울 가원초 4) 학생기자
외할머니댁이 강릉이라 바다에 나가면 종종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곤 했어요. 넓은 바다에서 파도를 가르며 서핑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지만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번 취재 장소가 인공서핑장이라 안전할 것이라는 마음에 더 기대하면서도 물 위에 뜰 수 있을까 긴장도 했죠. 도착해서 바다처럼 넓은 서핑장을 본 순간 가슴이 탁 트인 기분이 들었어요. 코치님이 서핑 용어와 자세를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고 여러 번의 자세 잡기 연습 후 물속에 들어갔죠. 처음 시도부터 물에 뜨기를 성공했는데, 파도에 맞춰서 물 위에 뜨는 그 순간 정말 큰 쾌감을 느꼈어요. 보드가 무거워 파도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그 순간마저도 즐거웠죠. 서핑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미있어서 가족들과 다시 함께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정현(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처음 취재 장소에 도착해서 인공 파도를 보며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지상강습을 하며 서핑 기본 동작과 순서 그리고 서핑을 할 때 주의할 점 위험한 점 등도 알 수 있었죠. 서핑을 직접 해보니 일정하게 중심 잡는 것이 의외로 어려웠고 정확한 타이밍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서프보드를 가지고 물에 들어갈 때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서프보드가 제 키보다도 훨씬 커서 당황했죠. 또 파도의 세기가 엄청 강해서 버틸 때 다리 힘이 많이 필요했어요. 다음에 서핑을 하게 되면 지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꼭 다시 서핑하며 더 제대로 파도를 타고 싶습니다.
한재민(서울 상곡초 5)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배재준(오픈스튜디오)·서미희, 자료=『서핑에 빠지다』, 동행취재=박재인(서울 가원초 4)·유정현(서울 목동초 5)·한재민(서울 상곡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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