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닥거리는 HD현대-한화오션, '라이벌' 의미를 되새겨야 [기자수첩-산업IT]

오수진 2023. 7.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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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무용수' 황진이에겐 부용이가, '피겨 퀸' 김연아에겐 아사다마오가 있었다.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했는데, HD현대중공업이 이를 탈취해 수주를 따냈단 내용이었다.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서로 적이 아닌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라이벌'이 된 만큼, 이 말의 본래 뜻처럼 이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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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경쟁 펼치는 조선업계 대표 '라이벌' HD현대-한화오션
첫 시작부터 HD현대 도발한 한화오션…시선 곱지만은 않아
서로의 좋은 '자극제 역할'로 제2 부흥기 잘 이끌어야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의 각 사 사옥 모습. ⓒ데일리안 박진히 그래픽 디자이너

'조선 무용수' 황진이에겐 부용이가, '피겨 퀸' 김연아에겐 아사다마오가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황제' 임요한에겐 홍진호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게는 구마준이 있었다. 라이벌 구도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극을 넘나드는, 일상에서 너무 나도 흔한 요소다. 라이벌은 1등의 서사에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으로, 1등의 자리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주변에서 이런 구도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은 1등에게 어쩌면 그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는 경쟁자가 필요한 건 당연한 세상 이치임을 보여준다. 최근 격화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싸움 또한 이 같은 시선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

외부에서 이들을 보는 눈빛은 탐탁지 않다. 진흙탕 싸움으로 겨우 회복된 조선업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출범 직후 시작된 한화오션의 도발은 상당했다. 한화오션이 첫 데뷔무대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 2023’ 관련해 배포한 자료에서는 HD현대의 사명이 대놓고 표기됐다.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했는데, HD현대중공업이 이를 탈취해 수주를 따냈단 내용이었다.

한화오션의 수상함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을 끌고 오기도 했다. 자료를 통해 한국형 구축함(KDX) 사업에서 40척 이상의 수상함을 건조한 반면, HD현대중공업은 KDX-Ⅰ 사업에 참여한 적이 없단 사실을 알렸다.

오랜 기간 조선업계에서 1위가 당연시됐던 HD현대는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났다. 연일 계속되는 한화오션의 공세에 최근에는 맞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한화오션이 전면에 내세운 ‘수상함 명가’ 타이틀을 가져와 앞세우고, 한화의 주력 분야인 방산 부문을 언급하며, ‘K-방산 명성’을 함정 분야로 적극 확대해 나가고 있단 점을 홍보했다.

어찌 보면 서로 잃을 게 많아 보일 수도 있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부동의 1위였던 HD현대가 좋은 자극을 받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수상함 분야에서의 양사 기술력은 사실 비등비등하다. 양사의 기술력 격차가 크지 않는 만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동기 부여를 충분히 해 줄 수 있단 의미다.

지금은 비록 보기 좋은 꼴은 아니더라도, 향후 정정당당하고 공평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한화그룹으로 편입되기 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싸움은 상당히 불공평했다고 한다.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는 일방적으로 당해도 산업은행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 못하는 등 양측의 관계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 말을 미뤄봤을 때 지금의 한화오션 태도 변화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물론 네거티브한 비방전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화오션의 첫 행보가 논란이 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설전을 펼치더라도 ‘남이 더 못났다’가 아닌 ‘내가 더 잘났다’는 식이 돼야 건강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서로 적이 아닌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라이벌’이 된 만큼, 이 말의 본래 뜻처럼 이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절친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관계처럼, 같은 길을 걷는 동업자로서 돌아온 조선산업의 제2 부흥기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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