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나토 가입 준비 안돼”…나토 동맹 결속 시험대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해 닷새간의 유럽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순방의 성패는 11~12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대응 공조 등 현안에 대한 일치되고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 침공 이후 가입신청을 했지만, 확전을 우려한 동맹국들이 꺼렸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논의는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며 나토 가입 문제를 정상회의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로이터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와의 미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정상회담을 지배할 것”이라며 “동맹국들은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신속하게 가입하도록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A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서방 동맹국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유럽 국가들을 찾아다니며 나토 가입 지지를 호소해 왔다.
관건은 2008년 부쿠레슈티 선언을 뛰어넘는 진전을 발표하느냐다. 당시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회원국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일정표는 제시하지 않아 선언적인 발표에 그치고 말았다.
현재 동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가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적극적이지만, 미국과 독일은 나토를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이 한창인 지금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 만장일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민주화와 일부 다른 이슈 등 충족해야 할 다른 필요조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자격을 갖추기 위한 합리적인 길을 우리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신 우크라이나가 가입 자격을 갖추는 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식의 안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젤렌스키 대통령과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치와 국방, 경제 개혁을 진행하는 ‘멤버십행동플랜’(MAP)에 참여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필요조건’은 이를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MAP를 건너뛰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로이터는 “이러한 움직임으로 동맹은 부쿠레슈티 선언을 넘어서야 한다는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며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관한 관심을 강조하기 위해 2008년보다 더 강력한 문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빌뉴스에서 우리가 내릴 결정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더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원회가 설립되면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나토 회의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돼 나토와 한층 밀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는 거의 모든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위원회에서는 다른 회원국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며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 문제는 나토의 동부전선 강화와 연결돼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함께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지난 4월 나토 가입이 승인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 반대로 가입이 미뤄지고 있다.
나머지 국가는 모두 동의했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에서도 가입에 대한 전폭적 지지 견해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튀르키예의 F-16 전투기 구매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이날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화의 초점은 나토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위, 스웨덴의 나토 가입, F-16 전투기 공급,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정회원 가입 절차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이 합류하면 나토 회원국은 32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 강화를 끌어내는 역효과를 내게 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토는 지난해 정상회의 성명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도전’으로 지목했다. NYT는 “이번 성명에도 중국에 대한 부분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부상을 안보 위협으로 여기며 과도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의 조처를 하는 미국 전략에 동참하는 것이다.
나토는 지난해 마드리드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정상을 공식 초청했다. 나토는 이들 4개국과의 ‘국가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을 ‘국가별 적합 파트너십 계획’(ITPP)으로 격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나토와 AP4 국가가 사이버공간, 우주, 핵심 신흥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확장 문제는 내부 반대가 많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가 대서양 횡단 조직으로 아시아에 관여해선 안 되며,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 회원국 사이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자원이 소모된 상황에서 중국 억제로까지 역할을 확대하는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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