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HBM 왕좌는 양보 못해"…K-반도체 빅2의 신경전
AI 시대,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필수
5세대 HBM 개발이 최후 승자 좌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HBM3(4세대)를 먼저 양산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오는 9월 HBM3를 양산하고 5세대 HBM 시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공급하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양사는 암흑기를 걷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HBM이라는 고성능 D램을 무기 삼아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10일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HBM 시장이 현재 형성 초기 단계로 누가 얼마나 빨리 시장을 선점해 장악해 나가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사가 모두 HBM 경쟁력 강화와 고객 선점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점유율 1위 '왕좌'를 둘러싼 신경전도 팽팽하다. HBM이 메모리반도체 불황을 타개할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HBM은 차세대 D램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D램 단일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시킨 게 특징이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필수가 된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선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HBM이 꼭 필요하다. 특히, 일반 D램 보다 가격이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비싸 수익성이 높다. 최근 영업적자를 기록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HBM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로 집계했다. 올해 점유율은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3%로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38%로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세계 점유율 1위라는 통계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대표이사)은 지난 5일 임직원 소통행사인 위톡에서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샘플)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일축시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3년 SK하이닉스가 AMD와 함께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시장 주도권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경쟁해왔다. 2년 후인 2015년엔 삼성전자가 2세대 HBM인 HBM2 개발에 성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가져갔다. 이때 SK하이닉스가 발 빠르게 3세대(HBM2E)와 4세대(HBM3) 개발에 집중하면서, 다시 주도권을 가져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전 세계 D램 제조사 중 HBM3를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HBM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6월 첫 양산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 현재 고객사 검증을 받고 있다.
후속 제품 개발에도 빠르게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3 다음 세대 모델인 HBM3E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높아지면서 올 하반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HBM3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HBM3 제품을 하반기 양산할 예정으로, 이에 맞춰 최근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등 차세대 HBM 제품명으로 추정되는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 등록했다. 현재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한 상태로, 시장 요구에 맞춰 HBM 5세대 제품인 HBM3P도 연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설비투자를 늘려 HBM 생산능력도 내년 말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HBM3 공급을 시작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에서 HBM3가 차지하는 매출 비율이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가운데 먼저 5세대 HBM을 내놓는 곳이 다시 한번 승기를 잡을 것이라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내년 양산을 목표로 5세대 HBM을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를 최근 다수의 북미 고객사에 샘플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역시 4세대인 HBM3 샘플을 다수 고객사에 제공했고, 이보다 한단계 높은 성능인 5세대 제품 HBM3P와 HBM4를 개발 중이다.
아직까지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시장도 형성 초기 단계다. 하지만 성장성은 뚜렷하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HBM 수요가 2억9000만GB로 작년보다 60% 가까이 증가하고 내년에는 30% 더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HBM 수요가 증가하는 원동력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AI 서버와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를 개발 중인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라고 설명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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