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예] ‘인디아나 존스5’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의 창대한 마지막
정진영 2023. 7. 10. 05:39
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빰빠라밤 빰빰빰 빰빠라밤.’ 21세기 폭스(구 20세기 폭스)의 영화가 시작될 때면 깔리는 음악. 왠지 이 음악이 들려야만 비로소 영화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뿐인가. ‘딴따라 라라 라라’라며 잔잔히 음악을 깔리면 그곳이 어디든 호그와트가 된다. 멈춰 있는 포스터 속 불빛이 일렁이는 것만 같은 느낌. 바로 이 같은 영화 음악이 존 윌리엄스의 손에서 탄생했다.“내 영화는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게 하지만, 그것을 흘러내리게 하는 것은 윌리엄스의 음악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같이 말했다. 두 사람이 대체 어떤 영화에서 손발을 맞췄는가 궁금하다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표작을 떠올려 보면 된다. ‘이티’, ‘죠스’, ‘미지와의 조우’,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쥬라기 공원’ 등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대부분의 영화에 존 윌리엄스가 참여했다. 이런 인연으로 존 윌리엄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벨만스’의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존 윌리엄스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만난 건 약 50년 전이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피아노 앞에 앉아 단 두 음계로 된 음악을 연주했다. ‘뚜둔 뚜둔 뚜둔뚜둔뚜둔…’ 바로 ‘죠스’의 메인 테마곡이다. 상어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데도 관객들의 긴장감을 자아냈던 바로 그 소리. 그게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인연으로 존 윌리엄스는 더 많은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신비로운 마법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메인 테마와 ‘슈퍼맨’이 하늘을 날 때 들리는 음악, 그 유명한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곡 모두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스필버그는 윌리엄스의 음악에 대해 “훌륭한 영화는 음악이 영화보다 앞서지 않고 영화가 음악을 억누르지도 않는다. 윌리엄스의 음악은 영화 속 이미지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했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 윌리엄스를 일컬어 “감독의 마음속에 있는 바로 그 음악을 들려 주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최근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이야기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음악은 존 윌리엄스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이를 끝으로 영화 음악을 더 이상 만들지 않을 생각임을 시사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와 함께 ‘인디아나 존스’의 막을 함께 내리게 된 것이다.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러닝타임 이후에도 삶 속에서 이따금씩 생각나 마음을 흔드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 아닐까. 그렇다면 좋은 영화 음악이란 아마 멜로디만 들어도 영화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주변의 풍경과 공기를 바꾸는 그런 것일지 모른다.
“내가 쓴 각본 초안이 여섯 개라면 존은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각본을 쓴다. 나는 그 버전으로 영화를 만든다.”(스티븐 스필버그)
사람들은 ‘쥬라기 공원’을 보지 않더라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쥬라기 공원 테마 기구에서 흘러나오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듣고 웅장함과 긴장감을 경험한다. 대체할 수 없는 분위기와 스크린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닌 존 윌리엄스의 음악.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영화계에서 50여 년간 이어온 동행은 이제 막을 내리지만, 두 명장이 남긴 수많은 명작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의 기억 속에 숨 쉴 것이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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