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 건설땐 황금 땅 된다" vs "악재다"…양평고속도로 진실은
여야 정쟁 속 백지화가 선언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는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이 난데없이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토지를 문제 삼아 급기야 사업이 중단됐다”고 성토했다. 반대로 민주당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선이 왜 바뀐 것인지, 누가 바꾸자 한 것인지 분명히 설명해달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은 쟁점에 대한 입장이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추진돼온 1조 8000억원대 국책 사업 중단에 지역민의 한숨만 깊어지는 이유다.
①‘강하 IC’ 요구가 계기? = 논란의 핵심인 종점 변경 검토에 대해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를 위해 현 여권이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6·1 지방선거로 양평군수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뀐 후 고속도로 종점 위치가 양평군 양서면(원안)에서 강상면(변경안)으로 바뀐 게 미심쩍다는 이유다. 민주당은 강상면 일대의 29개 필지(축구장 5개 규모)가 김 여사 일가의 땅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지난 7일 “2021년 5월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정동균)와 지역위원장(최재관)이 당정 협의를 하는데 ‘강하 IC(나들목)’를 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반박했다. 변경안에 반영된 건 2년 전 민주당 측 요구라는 취지다. 강하면은 강상면 옆에 있는 행정 구역으로, 변경안엔 강하 IC가 새로 반영돼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시 요구한 강하IC와 변경안에 새로 포함된 강하IC는 위치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정 협의 당사자인 최재관 위원장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강하면 면적(41.4㎢)은 서울 중구의 4배”라며 “당시 우리는 강하면 운심리에 강하IC를 설치하자는 거였고, 종점을 바꾸지 않고도 설치는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원안인 양서면 종점을 그대로 두고 강하면을 지나면 도로가 L자로 급격히 꺾이게 된다”며 “양서면 종점을 유지하면서 강하IC를 요구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②김 여사 땅값 오르나?=또 다른 쟁점은 종점 변경으로 인해 김 여사 일가의 땅값이 상승하는지 여부다. 민주당은 강상면으로 종점이 변경되면 당연히 인근 땅값이 오른다며 “누가 봐도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몰아주기 위해 설계된 노선”(이소영 원내대변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종점이 IC가 아닌 JC(분기점)라는 점에서 오히려 지가 하락 요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반국도·지방도가 고속도로와 맞닿는 IC와 달리, JC는 고속도로와 고속도로를 연결해 진·출입로가 없다. 국민의힘에서 “JC 주변 땅들은 주변 지가가 상승할 일이 없다”(김정재 국회 국토위 간사), “IC와 JC도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일으킨 가짜 논란”(전진선 군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상면 JC 500m 거리에 이미 남양평IC(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에 땅값 상승이 일어날 거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JC로 이어지게 되면 서울 접근성이 눈에 띄게 높아져 지가가 오른다는 주장이다.
고속도로 TF 단장인 강득구 의원은 “남양평IC에서 1㎞ 이내에 김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있다”며 “(강상면JC가 생길 경우) 서울 송파·강남까지 가는데 20~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김 여사 일가의) 쓸모없는 땅이 ‘황금의 땅’이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수(교통공학)는 “바로 인근에 남양평IC가 있어 그걸 이용하면 사실상 JC는 서울로 연결되는 이동로가 되는 셈”이라며 “지가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상면의 공인중개사 A씨는 통화에서 “JC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소음·먼지 등 지가 하락 사유”라고 말했고, 강상면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도 “강상면으로선 고가도로가 또 생긴다는 게 가장 큰 악재”라고 밝혔다.
③노선 변경으로 예산 급증?=민주당은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됐다고도 주장한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7일 “변경된 노선이 하나라도 장점이 더 많아야 사람들이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수긍이 될 텐데, 노선 변경으로 인해 오히려 예산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추정한 추가 예산액은 1000억원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지난 5월 발표된 국토부 자료에 기초한다. 당시 국토부는 대안을 발표하며 고속도로 총 길이가 2㎞ 늘고 사업비는 960억원 늘어난 1조 8661억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업비가 늘어난 건 종점 때문이 아니라 기점인 경기 하남의 지하화 등 때문”이라며 “종점 변경에 따른 증액은 14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부는 “차량 정체 개선 효과는 대안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노선(종점 양서면)의 하루 예측 교통량은 1만5800대였지만, 대안 노선(강상면)은 2만2300대로 6500대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④예타 후 노선 변경 불가?=민주당은 절차상의 문제를 줄곧 제기하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7일 “고속도로 사업은 202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통과했는데, 환경영향평가 중 종점이 바뀌는 ‘신의 손’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 중 노선 변경이 이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타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타당성 조사를 완료한 신설 고속도로 노선(확장 제외) 24건 중 출발지나 종점이 바뀐 사례가 14건이라는 이유에서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도 지난 6일 “예타 후에도 제반 여건, 경제성 등을 정밀하게 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안이 생기면 조정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영ㆍ성지원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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