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평고속道 해법 찾는다…與, 주민투표∙여론조사 급부상

현일훈, 김효성 2023. 7.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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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여권 내부에서 주민투표·여론조사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지역 교통편의와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주민투표 등을 통해 정확한 민의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원안(예비타당성 통과 안)과 정부가 추진한 변경안 등을 두고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서로 자신의 안을 고집하며 이 문제를 정쟁화하지 말고 정책 수용자인 지역민의 의사를 확인해 이를 정치권이 받아들이자는 발상이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한 뒤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 일각에선 "백지화가 아닌 사업중단"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사업 재개를 위한 출구 전략 또는 명분으로 주민투표·여론조사가 논의되는 모양새다. 이런 방침엔 해당 지역 여론이 원안보다 정부 변경안에 우호적이란 판단,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책 사업에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에 대한 여권 내부의 부담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도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평에 나들목(IC)이 포함된 정부 변경안을 지지하면서 “양평 고속도로가 놓일 남한강과 주변 지역 주민의 희망 사항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뉴스'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번 의혹은 2년 전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원안)이 지난 5월 갑자기 변경됐고, 변경된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노선 변경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 주변에 민주당 인사 부지가 있다는 역공을 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원안 추진 발언(지난 7일 당 최고위 회의)에 대해 “민주당 인사들의 땅이 원안 노선 주변에 다수 몰려 있다”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원안대로 되면, 그에 따른 개발이익이 민주당 인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일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 종점 인근에 땅 14개 필지 총 1만여㎡(약 3000평)를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가 보유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정 전 군수와 그의 일가가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에 총 14개 필지 1만68㎡(약 3051평)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11개 필지 9709㎡가 원안 노선 종점에서 약 1.6㎞ 거리에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 전 군수는 중앙일보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이고 원안 종점과 해당 필지 사이에는 큰 산이 있고 통하는 길이 없다”고 반론했다. 전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특혜 괴담을 제기한 민주당이 2년 전 자신들도 같은 노선(정부 변경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우스운 처지가 됐다. 해당 노선 나들목 인근에 자당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땅도 있다는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이건 특혜가 아니냐”고 쓰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사업 백지화 방침을 원 장관이 사전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야당이 정치적 문제를 제기했고, 양평군민의 목소리도 전달돼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며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김 여사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가짜뉴스 공세에는 발을 안 담그겠다”고 선을 그었다.

현일훈ㆍ김효성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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