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찾은 中식당 난리났다…18만원짜리 '재물신 메뉴' 뭐길래

신경진 2023. 7.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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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베이징 싼리툰의 식당인 이쭤이왕.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이틀 전인 지난 6일 찾았던 이 식당 입구에서 손님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시트론으로 구운 농어(香茅草烤鱸魚) 148위안(2만6700원),
추베이촌 건고추로 볶은 신선한 그물버섯(丘北幹辣椒炒鮮牛肝菌) 248위안(4만4700원)
매운 그물버섯(香辣牛肝菌) 138위안(2만4900원)
민트 쇠고기 말이(薄荷牛肉卷) 68위안(1만2300원)
미두현 백김치로 만든 냉쌀국수(彌渡酸菜涼米線) 38위안(6800원)….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방문한 베이징 식당 앞에 ‘재물신 메뉴’라는 안내판이 등장했다. 웨이보 캡쳐


베이징에서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이쭤이왕(一坐一忘, 영문명 IN & OUT)이 지난 8일 판매를 시작한 이른바 ‘재물신(財神) 세트’라는 메뉴다. 앞서 이틀 전인 지난 6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일행이 베이징 도착 직후 방문해 먹었던 메뉴로 구성했다. 식당 소개에 따르면 총 11가지 음식으로, 각각의 음식 가격을 더하면 18만원가량이다.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의 재무장관이 주문했다 해서 ‘재물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주문했던 메뉴로 구성한 ‘재물신 세트’ 메뉴판. 웨이보 캡쳐

8일 찾아간 식당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베이징의 대사관 밀집 지역인 싼리툰(三里屯) 골목에 자리한 이쭤이왕 앞에는 오후 8시였는데도 10여팀이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앞에는 ‘재신 세트’ 표지와 함께 “맞습니다. 미국 재무장관 옐런이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식당”이라고 쓴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단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옐런 장관의 메뉴는 중국 네티즌의 소개로 알려졌다. 아이디 판판먀오(潘潘猫)를 쓰는 미식 블로거는 지난 6일 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옐런 장관 일행을 식당에서 만났다며 사진과 함께 옐런 장관의 주문 메뉴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종업원을 인용해 옐런 장관은 윈난 현지 버섯 요리 두 종류를 두 그릇씩 주문했고 옐런 장관은 젓가락을 직접 사용하며 맛있게 먹었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의 식사 외교는 8일에도 이어졌다. 베이징 천안문에서 멀지 않은 하얏트 호텔의 중식당 장안1호(長安一號)에서 여성 경제학자들을 만난 옐런 장관은 1인당 850위안(15만3000원)의 세트 메뉴를 즐겼다. 홍콩 피닉스 TV가 운영하는 봉황미식망 웨이보 계정은 세트메뉴에 베이징 오리구이인 카오야와 다진 고추를 얹은 생선요리인 둬자오위터우(剁椒魚頭) 등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재닛 옐런(뒷줄 가운데) 미 재무장관이 지난 6일 밤 베이징 싼리툰의 윈난 식당에서 젓가락을 사용해 식사하고 있다. 판판먀오 웨이보 캡쳐

옐런 장관은 7일 과거 연방준비은행 의장 당시 카운터파트였던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중국 인민은행장, 8일에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만찬을 함께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정부와 정계 고위급 인사가 찾은 베이징 식당은 이를 유명세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게 상식이 됐다. 지난 2020년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당선되자 과거 2011년 그가 부통령 신분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찾았던 고루(鼓樓) 인근의 서민 식당 야오지차오간(姚記炒肝)은 이른바 ‘바이든 세트’를 먹기 위해 찾아온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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