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값 내려도 식당 삼겹살값 올라… ‘외식 물가’ 고공행진 왜?
인건비 등 비중 크고 저마진 구조
식재료값 인하 단기간 반영 안돼
“정부, 경영 비용 부담 덜어줘야”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지만 외식 물가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눈에 띄게 안정을 찾은 식재료 물가에도 식당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외려 상승하고 있다. 식재료 이외의 경영 비용이 크고 영업이익 자체가 적은 외식업의 특성 때문에 단기간에 식재료 물가 흐름과 연동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 39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0.3%)한 지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0% 안팎의 낮은 상승률을 이어간 것이다. 수산물(6.0%)은 다소 올랐지만 쌀(-2.5%) 국산 소고기(-5.1%) 돼지고기(-7.2%) 등 나머지 주요 식재료가 나란히 내렸다. 쌀의 과잉생산과 육류 소비 감소, 주요 품목의 할당관세 조치 등이 어우러지며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물가상승률을 하회하는 중이다.
하지만 식재료 가격이 내려도 외식 물가는 잡힐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전국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2.7%)의 배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상회하는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식재료 가격이 내린 품목도 외식 물가는 상승 일로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2%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일선 음식점에서는 돼지갈비 가격이 6.4%, 삼겹살 가격이 5.4% 각각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5월 서울시내에서 삼겹살 200g을 음식점에서 먹으려면 평균 1만9150원을 지불해야만 했다. 전년 동월 대비 8.8%나 오른 액수다.
물가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식재료 물가가 외식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식재료 가격이 다소 안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외식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느리게 반영되는 분야”라며 “올해 초 이어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외식 물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식 물가가 잡히지 않는 본질적인 원인으로 외식업 경영에 드는 식재료 외의 ‘부대비용’에 주목한다. 202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평균 연간 영업비용 1억8047만원 중 식재료비는 7659만원(42.4%)에 불과했다. 오히려 고용인 인건비(2828만원), 가족·대표자 인건비(3263만원), 임차료(1760만원) 등을 합친 비용이 실제 영업비용의 절반 이상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식은 식재료에 서비스가 더해진 형태의 사업이어서 식재료 가격이 내린다고 꼭 가격이 안정되지는 않는다”며 “최근의 인건비 상승이 외식 물가 인상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충분히 오르지 못했던 외식 물가가 뒤늦게 상승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이듬해 9월까지 0~3%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외식 물가는 지난해 들어 5%를 돌파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거리두기 해제 여파를 타고 한때 9%대 상승률까지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의 외식 물가 상승은 사실상 그전에 오르지 않았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비중이 적은 ‘저마진’ 구조 때문에 외식업계가 비용 상승에 민감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외식 물가는 여전히 경제력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전 세계 도시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한국의 생활비용지수는 더블린과 같은 77.2였지만 외식비용지수는 더블린(88.1)의 절반 수준인 44.6에 그쳤다. 영업이익 비중이 작은 한국의 외식업 특성 때문이다. 외식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일반음식점의 평균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11.7%에 불과했다. 남는 수익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격 상승에도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외식 물가가 너무 높아서 국민들이 외면할 지경에 이르면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정부가 식재료 외에도 공공요금,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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