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사회복지 목회… 핍박·학대 받는 아동 도울 것”
지난달 11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서 마주한 장항성일교회(황형식 목사)는 여느 교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분명 교회는 교회인데 주변에 여러 부속 건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이집, 요양원 등이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사회복지시설들이었다.
어린이집 안팎에서는 이들이 놀고 있었고, 어르신들도 요양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회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해변가 쪽에는 복지원, 청소년 수련관, 유스호스텔, 성폭력상담소 등이 있었다. 이 역시 교회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이다.
이들 시설은 비단 성도들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천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타지역 주민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한 해에 약 20만명 가량이 교회 시설들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교회의 복지 시설들은 지역 사회 명물로 떠올랐다. 덩달아 교회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장항성일교회의 독특한 사역은 황형식(69) 목사의 목회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그는 교회를 개척하기 전부터 ‘사회복지 목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주민과 상생한다면 복음전파도 용이하고 교회도 부흥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 목사는 교인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목회관을 밝혔다. 어린이집을 만들어서 일찍이 아이들을 말씀과 기도로 키우고, 청소년 시설을 만들어서 청소년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또 지역과 이웃에 있는 장애인들을 가족같이 품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설과 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모시고 살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황 목사는 이러한 목회관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미련없이 교회를 떠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모든 교인들이 황 목사의 목회관을 흔쾌히 수용했다. 다만 이같은 목회관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했다. 황 목사와 교인들은 이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서 준비했다.
“지역이 시골이고 경제적인 여건이 취약한 성도들이 많아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는 일을 추진할 때 마음을 졸여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큰 난관 없이 목표한 것을 달성할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지역사회 기여와 복음전파라는 두 마리 토끼도 용이하게 잡을 수 있었고요. 이 모든 것이 주님의 크신 사랑이고 함께하신 증거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황 목사는 서천에 부임하기 전까지 이 지역과의 연고는 전무했다. 신학교를 마치고 한 교회의 부교역자로 봉사하던 어느날, 담임목사가 황 목사를 불러 대뜸 충남 서천에 있는 장항의 교회로 가라고 했다.
황 목사는 마음 속으로 큰 거부감이 들었지만, 담임 목사의 지시 아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조금만 목회를 하다가 다시 상경할 생각도 했다. 그래서 1985년 담담하게 ‘오지’라고 여겼던 서천 지역으로 갔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서천 지역에서의 운명적 목회가 시작됐다.
“당초 세웠던 계획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한해 한해 지날수록 이곳에서 점점 빠져나올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지역은 나의 주관대로 어찌해볼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지역인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현재 황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39년 동안 교회와 지역 사회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은퇴를 한 후 휴식의 시간을 가질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은퇴 후에도 사회복지 목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별히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큰 어려움 속에 있는 아동들을 위한 시설 건립이다. 가칭 ‘피해 아동 쉼터’다. 핍박과 학대를 당하는 아동들이 많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아울러 가족들 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장을 만들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가족 해체 현상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의 생각과 교인들의 기도, 지방자치단체의 권유가 많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주님이 하라고 하시는 일들이 있으면 언제나 순종하면서 할 계획입니다.”
서천=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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