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상택 (10) 재난 현장에서 빛을 발한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시설

우성규 2023. 7. 10. 0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안양이 읍에서 시로 승격된 이후 4년 만인 1977년 7월, 40년 만에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집중호우가 내렸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있었고, 특히 비상시에 가동되는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병원을 지으면서 비상시에 가동할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등 기반 시설을 철저히 구축한 것이 큰 덕을 본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의사로서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시설을 설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년 만에 최대 강수량 기록한 호우로 안양천 범람해 시 전체가 단전과 단수
비상시 대비한 전기와 급수시설 덕에 재난으로 몸과 마음 다친 환우들 치료
1972년 개원한 안양병원 내부 모습.


안양이 읍에서 시로 승격된 이후 4년 만인 1977년 7월, 40년 만에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집중호우가 내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나중에는 흑암과 함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 위력을 과시했다. 그 옛날 노아 홍수 상황이 이랬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안양 변두리 취약지대에서 산사태가 나고 많은 주택이 침수됐으며 급기야 안양천이 범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쟁을 치르고 난 것처럼 안양은 폐허로 변해 버렸다. 단전과 단수로 시가지는 암흑으로 변했고 통신마저 두절되면서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40년 만의 홍수라는 뉴스가 나올 무렵,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부상자가 우리 병원으로 실려 오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사상자가 적지 않았다.

당시 안양에서 우리 병원만 환자를 받을 수 있었다. 다른 병원들은 거의 물에 잠겨 피해를 당했고 단전으로 병원 시설이 마비됐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 있었고, 특히 비상시에 가동되는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평소 나는 성격상 이런 비상시 대비가 철저한 편이다. 병원을 지으면서 비상시에 가동할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등 기반 시설을 철저히 구축한 것이 큰 덕을 본 것이다.

건축 당시 병원 스태프들은 공사비도 빠듯한데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발전기까지 굳이 설치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매일 다반사로 사용되는 시설물이 필요한 만큼 언젠가 한번 요긴하게 쓰이는 시설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천재지변으로 당시 사체검안 일까지 몰렸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사체검안서를 일일이 손으로 작성했는데, 먹지를 사용해도 한 번에 3부밖에 복사가 안 되는데 한 명당 검안서 다섯 부를 만드느라 애를 먹었다. 혼자 100명 넘는 사망자의 검안서를 작성하느라 손이 부풀고 마비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혈육을 잃은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정확한 검안이 필수였고 경찰까지 입회하다 보니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안양 시내에서 전기가 들어와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우리 병원이 유일했으므로 다친 환우들이 몰려들었다. 단전과 단수로 고생하던 시민들은 또 지하수 시설이 가동된 우리 병원에 물을 구하러 찾아왔다. 언론 매체에선 하얀 가운의 의료진들이 늦은 시간까지 수재민들을 돕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때의 봉사로 또다시 우리 병원이 유명해졌다. 수도권 서남부 전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인간의 생명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의사로서 자가 발전기와 지하수 시설을 설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민이 재난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준 병원과 의료진에게 찬사를 보내오는 것을 보면서 순수한 봉사가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전도서 11장 1절 말씀이 떠올랐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