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기후 위기 시대의 인공지능

2023. 7. 1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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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필자에겐 이제 대화형 인공지능을 쓰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생소한 주제가 있으면 먼저 인공지능에 묻는다. 글을 쓰고 고치는 작업에도 유용하다. 날마다 대규모 인공지능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곤 한다. 여러 기업이 앞다투어 대규모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니, 앞으로 그 활용 범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쓰고 있노라면 문득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과연 인공지능의 발전은 기후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 해법
인공지능이 역할 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적 AI 개발 함께
AI 활용 탄소 감축 노력 필요

김지윤 기자

인공지능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인공지능 학습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 학습이 반복 작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그저 데이터를 한 번 보여주면 재깍 제 것으로 흡수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거듭 투입해야 숨은 패턴을 배울 수 있다. 인류가 이제껏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이렇듯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인공지능은 학습에 몇 달까지 걸리는 사례도 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일례로 GPT-3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는 대략 1200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이 소모됐다고 추산된다. 미국 120개 가구가 1년에 소비하는 전력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전 지구적 전력 소비량과 비교하면 아직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GPT-3보다 더 크고 강력한 인공지능이 전 세계에서 다수 개발되고 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 학습과 활용으로 인한 전체 탄소 배출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초거대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인공지능 개발사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제껏 관련 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개발사가 정보를 숨기고자 한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 개발 과정 전체에 걸친 에너지 사용량이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아직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서 유럽연합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현재 유럽연합에서 논의 중인 인공지능 규제 법안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인공지능에 의한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표준적 방법론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개발사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할 의무를 부과하고, 개발된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관한 정보도 공개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인공지능 기업도 이에 발맞추어 대비를 시작할 때다. 인공지능의 학습과 활용 과정에서 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한층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개선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인공지능 발전이 기후 변화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기후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데 기여할 여지도 많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통해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예컨대 딥마인드사는 구글이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의 냉각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약 3개월의 실험 결과 대략 12.7%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고 한다. 이용자에게는 불편을 끼치지 않고서도 냉각 절차를 최적화하여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더욱이 철강, 화학, 시멘트와 같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크다. 이러한 산업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시도가 더욱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용광로 제어에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서 연료비 2500억 원을 절감한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해당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되어 국가적으로 보호되기까지 하다. 이와 유사한 시도가 더욱 장려되고 널리 퍼지면, 인공지능은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모두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잇단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를 겪으면서 기후 위기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다들 공감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하나는 대규모 인공지능이 에너지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을 기후 변화를 막는 도구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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