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十世可知也(십세가지야)
2023. 7. 10. 00:42
“10세(世) 후를 알 수 있습니까?”라는 제자의 물음에 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은나라는 하나라의 예법(禮法)에 기인하고 있으니 덜고 더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주나라는 은나라의 예법에 기인하고 있으니 (…) 비록 100세 뒤의 일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1세는 대개 30년으로 셈하므로 10세는 300년, 100세는 3000년이다. 나라가 바뀌어도 삼강(三綱)과 오상(五常:인의예지신) 등 하늘의 질서에 바탕을 둔 예법은 계승하면서 제도만 시대상황에 맞게 융통한다면 비록 10세, 100세 후의 일이라도 짐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다. 사람의 지나친 호기심과 욕심으로 하늘의 질서를 파괴하는 무모한 변혁만 자행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영원한 안정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하늘의 질서인 예법은 무시한 채 우주에 대한 탐구는 물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까지 만들어낸 인류는 지금 오히려 불안하다. 『장자』의 “인식이 가능한 범위인 육합(六合:상하동서남북)을 벗어난 세계에 대해서는 성인도 그 존재를 인정할 뿐 논하려 하지 않았다(六合之外 聖人存而不論)”라는 말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예측 못할 미래, 감당 못할 변화·발전은 자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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