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고등교육:미국
미국은 하버드·스탠퍼드·MIT 등 15개의 대학이 세계 랭킹 20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유학 가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하지만 그러한 미국이 고등 교육을 운영하는 태도 중 이해되기 힘든 면도 많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대학 교육은 엘리트주의의 성역이다. 사립 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개인 평균 연봉과 같다. 다시 말하자면 대다수의 국민에게 대학에 간다는 것은 소를 팔아도 모자라는 일이다. 4년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하면 집을 사고도 남을 정도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 빚이 현재 총금액 2조 달러로 미국의 모든 신용 카드빚의 2배나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녀들이 대학에 가는 확률은 무엇보다도 가계 소득과 일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한다. 즉, 부모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자녀의 능력과 관계없이 대학에 갈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부 격차와 계급 투쟁 및 그에 따르는 인종 차별 문제도 악순환의 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에 미국 대학교수의 평균 연봉은 업계에 진출한 학사졸업 초봉만도 못하다. 그래서 그 오랜 시간의 박사과정을 밟고 학계에 남아 교수직을 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하는 일에 열정과 헌신의 정신을 갖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다. 학자나 교수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상반된다. 즉, 존경심보다는 고작해야 호기심 정도로 그친다. “직접 실천하지 못하는 자들이 가르친다(Those who can’t do, teach)”라는 버나드 쇼의 평어가 반(反)주지주의적 흐름을 요약한다. 그들의 영웅은 대학을 낙제하고 자신의 창조력과 지능으로 성공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이고, 열심히 공부해서 학계에서 명성을 떨치는 대학교수들은 좁은 견해를 가진 괴짜에 불과하다. 이런 나라가 전 세계 고등 교육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다음 칼럼은 ‘고등교육:고대 그리스’로 이어집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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