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룩부터 비즈니스 룩, 스포츠 룩, 리조트 룩까지 아우르는,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민주적인 클래식&베이식 아이템 ‘폴로셔츠’에 대하여.
「 History 」
오늘날 우리에게 지극히 평범하고도 흔한 아이템이 된 폴로셔츠. 하지만 사실 폴로셔츠는 귀족적인 옷이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겨 입던 화려한 과거를 지닌 위대한 클래식 아이템이다. 우리가 ‘폴로셔츠’라 부르지만, 실제 영국 귀족들이 폴로 경기를 할 때 입던 셔츠는 본래 이런 모양은 아니었다. 오리지널 폴로셔츠는 두꺼운 면 소재로 만든, 고정용 단추가 칼라에 더해진 긴소매 셔츠였다. 이 셔츠를 테니스 경기복으로 활용한 프랑스의 전설적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는 편의성을 위해 셔츠의 몇 가지 디테일을 변경했다. 통풍이 뛰어난 ‘피케’라는 이름의 코튼 저지 소재를 사용하고, 긴소매를 반소매로 줄이고, 경기 중 셔츠가 바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뒤판을 더 길게 디자인한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폴로셔츠의 시작이다. 그는 이 셔츠를 입고 1926년 US 오픈에서 우승했고, 덕분에 전 세계가 그의 특별한 유니폼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결국 라코스테는 1933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설립했고, 그의 폴로셔츠는 테니스 선수뿐만 아니라 정치인 같은 유명 인사와 골프 선수들도 즐겨 입으며 상류사회의 사랑을 받게 됐다. 또한 여성들도 폴로셔츠를 평상복으로 입기 시작했는데, 오드리 헵번(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폴로셔츠를 입었다)과 마릴린 먼로 같은 여배우들도 고급미와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이 매력적인 셔츠를 좋아했다. 1952년, 영국의 테니스 선수 프레드 페리도 폴로셔츠를 메인으로 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중화를 더욱 가속시켰다. 폴로셔츠를 탄생시킨 사람이 르네 라코스테고, 대중화한 사람이 프레드 페리라면,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든 사람은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다. 그는 1972년 폴로셔츠를 선보이며 이를 미국 상류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어린 학생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즐겼고, 폴로셔츠는 아메리칸 클래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나는 폴로셔츠가 그것을 입는 사람의 삶의 일부가 되길 원했죠.”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삶에 대한 환상을 폴로셔츠에 불어넣은 랄프 로렌 덕분에 폴로셔츠는 제인 버킨, 재클린 케네디, 캐럴린 베셋 케네디와 같은 패션 아이콘들의 지지를 받게 됐다. 1990년대에 들어선 래퍼와 같은 쿨 키즈들이 이 셔츠를 입기 시작해 스트리트 감성을 수혈받게 됐고, 결국 왕족부터 대통령, 영화배우, 운동선수, 직장인, 학생 그리고 래퍼에 이르는 모든 사람이 즐기는 민주적인 아이템이자 베이식한 에센셜 아이템이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7 Audrey Hepburn
영원불멸의 패션 아이콘 오드리 헵번은 평생 동안 폴로셔츠를 즐겨 입었다.
2001 S/S Prada
니트 소재로 폴로셔츠 본래의 고급스러움을 되살린 미우치아 프라다.
2016 S/S Miu Miu
미우치아 프라다는 지속적으로 폴로셔츠를 런웨이에 올리고 있다.
2018 S/S Celine
여자들이 폴로셔츠를 입고 싶다 생각하게 만든 피비 파일로.
「 Fashion Icons 」
폴로셔츠를 사랑한 수많은 패션 아이콘이 역사 속에 존재하지만, 오늘은 동시대의 영 제너레이션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금 폴로셔츠의 유행에 불을 지핀 리한나와 헤일리 비버, 그리고 하디드 자매가 그 주인공. 이들의 리얼웨이 룩은 여자들에게 이 아이템을 왜 사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 POLO SHIRT 」
폴로셔츠는 다양한 아이템과 조화를 이루니 다채롭게 즐기자. 리한나와 헤일리 비버처럼 데님 팬츠와 매치하는 게 정석이라면, 엠마 체임벌린같이 미니스커트를 함께 입으면 발랄한 무드를 불어넣을 수 있다. 수키 워터하우스처럼 드레시한 스커트와 믹스매치하면 더욱 감도 높은 룩을 완성할 수 있고, 벨라 하디드처럼 오버사이즈 셔츠를 미니드레스로 즐겨도 좋다. 특별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하이엔드 감성으로 패셔너블하게 변주된 디자인을 눈여겨볼 것. 리카르도 티시 시절 버버리의 폴로셔츠를 선택한 사미 미로처럼!
「 From the Runway 」
지난 3월, 옷장 속 깊이 넣어둔 폴로셔츠를 다시 꺼내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다. 헤일리 비버의 폴로셔츠 룩을 보고 나서다. 그리고 이틀 뒤, 리한나가 헤일리와 똑같은 폴로셔츠를 입은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하며 나의 고민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다시 입어야 하는구나!’ 이 두 패션 아이콘이 입은 폴로셔츠는 어린 시절, 갭 매장에서 많이 봤던 컬러웨이의 폴로셔츠처럼 보여 빈티지 스토어에서 산 건가 싶었지만 사실 니트 소재의 로에베 셔츠였다. 로에베? 그렇다.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이 이 아이템을 즐겨 디자인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1990년대 들어 스트리트 DNA를 지니게 된 폴로셔츠는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에 의해 마치 그 근원으로 돌아간 듯 다시금 고급미를 지니게 됐다. 그리고 최근 그는 미우미우 컬렉션을 통해 여자들이 열광하는 다채롭고도 매력적인 폴로셔츠 룩을 제안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디자이너에 의해 매 시즌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는 폴로셔츠. 핵심 포인트는 소재와 실루엣, 매칭하는 아이템이다. 폴로셔츠의 상징, 랄프 로렌은 맥시스커트를 즐겨 매치한다. 베이식한 코튼 또는 실키 소재의 폴로셔츠에 맥시스커트를 더하는 식인데,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이 조합을 선보였다. 폴로셔츠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니트도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소재. 캐주얼한 디자인임에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두께와 짜임, 실루엣을 달리해 폴로셔츠를 런웨이에 올리고 있다. 유니크한 패턴으로 스트리트 감성을 극대화한 디자인도 있다. 트롱프뢰유 패턴의 와이프로젝트, 볼드한 그래픽 패턴과 로고 프린트가 더해진 마틴스의 폴로셔츠가 바로 그 주인공. 칼라와 단추 여밈 디테일의 고정화된 디자인 때문에 변형에 한계가 있어선지, 길이의 변주와 레이어링으로 신선함을 추구한 디자이너도 여럿 있었다.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과 스텔라 매카트니 등은 폴로셔츠를 롱 드레스로 디자인했고, 푸마와 플라잉 솔로는 배를 드러내는 트렌디한 크롭트 폴로셔츠를 제안했다. 그렇다면, 스타일링은? 실키한 폴로셔츠에 뷔스티에를 레이어링한 바퀘라, 폴로셔츠 위에 탱크톱을 겹쳐 입은 아디다스 리얼리티웨어의 룩은 극강의 스타일리시함을 뽐낼 수 있는 드레싱이다. 시퀸과 새틴 소재로 파티 웨어로도 손색없는 디자인을 선보인 크리스찬 코완과 에트로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