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상황관리 수준..."옐런도 미중 돌파구는 못찾았다"(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7.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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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이견들이 있다." 나흘간의 중국 방문을 마무리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중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외교 부문에 이어 경제에서도 양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했다는 데는 의미가 있으나, 이번 방중 역시 미·중 긴장을 완화할 그 어떠한 돌파구나 합의는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들도 양국 간 관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러한 한계를 짚고 있다. 당장 미국은 이달 내 중국 첨단기술을 타깃으로 한 추가 투자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 옐런, '디리스킹' 지속도 예고

옐런 장관은 9일(현지시간)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중국 핵심 인사들과의 대화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방중 기간 리창 국무원 총리·허리펑 부총리·류쿤 재정부장(장관) 등 중국 경제라인의 핵심 인사들과 연쇄 회동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간 경제 현안인 첨단기술 및 투자 규제, 고율 관세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글로벌 부채 문제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베이징 방문으로 양국간 외교분야 대화 채널이 재가동된 데 이어, 경제부문에서도 새로운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옐런 장관은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두 경제대국을 디커플링하는 것은 두 나라에 재앙적일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할 뿐더러,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도 없는 일임을 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 정책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막기 위한 시도가 아님을 적극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서 양국 간 입장차는 여전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우려해온 디커플링에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와 동맹국들의 국가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표적화한 조치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중국을 핵심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 대신, 중국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대중국 관련 연설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국가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적 이익과 상충할 때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부과된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중심의 규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및 희귀광물 수출 통제 등을 두고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요구해온 고율 관세의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조만간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랐으나, 옐런 장관은 "아직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이 부분을 일축했다. 중국 역시 8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갈륨 및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대해 그 어떤 유보 신호를 내비치지 않았다. 양국 관계 안정을 위한 소통 필요성만 확인했을 뿐 그 어떤 돌파구도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한계 지적 쏟아져

양국 전문가들도 이번 방중이 의미 있는 완화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간 경제적 긴장이 의미 있게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옐런 장관은 두 나라 간 지속되는 균열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 합의에 대한 발표 없이 워싱턴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NYT에 "옐런 장관의 방문은 경제관계에서 온도를 잠시 누그러뜨리고 미·중이 상업적 이익을 일부 공유하고 있음을 상기시킬 것"이라면서도 "경제관계의 근본적 역동성과 궤적을 거의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 푸단대학교의 우신보 국제학부 학장 역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옐런 장관의 방중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경제정책을 재고할 것이라는 조짐을 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고위급 대화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면서 "미·중은 여전히 국가안보 관련 핵심 문제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있다"고 꼬집었다. 옐런 장관이 향후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고한 공식적인 경제대화 역시 과거 미·중 간 이뤄졌던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 매체의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토요일 옐런 장관과 허리펑 부총리와의 만남은 관계 완화의 첫걸음이었다"면서도 "그것이 이번 방중의 한계"라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을 언제든 극단으로 치닫게 할 요소들도 산재하다. 당장 미국은 이달 중 자국 기업 및 자본이 중국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가로막는 새로운 규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장관은 이날 CBS 페이스더네이션에 출연해 국가안보가 여전히 미국의 우선순위임을 재확인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협소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아웃바운드 투자와 관련, 잠재적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희귀 금속·광물 수출 통제 대상을 최근 발표한 갈륨, 게르마늄에 그치지 않고 추가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모두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안보의 명분을 붙였다는 점에서 쉽게 완화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허웨이원 중국세계화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양국이 이견을 관리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유지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은 이른바 국가안보에 부합하는 대중 기술 봉쇄 등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중국이 디리스킹으로 요약되는 대중국 정책과 경쟁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옐런 장관의 요청처럼 기후변화, 개발도상국 채무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미국과 개별적으로 협력하고 나설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징에서 옐런 장관의 임무는 복잡했다"면서 "양국 관계의 다음 테스트가 곧 닥칠 것"이라고 언제든 갈등이 고조될 수 있음을 꼬집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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