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차량용 반도체 몸값 치솟는다

이희권 2023. 7. 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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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아일랜드 레익슬립에 있는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팹24를 찾았다. 왼쪽 두 번째부터 정 회장,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 닐 필립 인텔 팹24 운영 총괄 부사장. [사진 현대차그룹]

차량용 반도체가 반도체 시장의 헤게모니를 흔들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자율주행 기능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한 대가 ‘거대한 반도체 기판’처럼 인식되면서다.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향상, 본격적으로 성장성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이 활짝 열렸다.

김영희 디자이너

9일 자동차 업계와 관련 분석기관 등에 따르면 2030년 차량용 반도체는 서버·모바일과 함께 3대 반도체 수요처로 올라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반도체 매출 규모가 올해 760억2700만 달러(약 100조2000억원)에서 2028년 1298억3500만 달러(약 171조1200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평균 단가는 2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반도체 업계는 여기에 더해 안전성 기준 때문에 시장 진입을 꺼려 왔다.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특성상 다른 반도체보다 높은 신뢰성을 갖춰야 하는 데다 결함 발생과 안전사고, 리콜 등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돈 안 되는 시장’으로 통하며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2021년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용도별 매출 점유율에서 차량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스마트폰용은 51%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대격변은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함께 시작됐다. 차량 곳곳의 전자장치를 단순 제어하는 역할만 하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은 테슬라의 등장과 함께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합 운영체제(OS)를 통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컴퓨터’로 다시 태어났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를 뒷받침해야 할 중앙처리장치(CPU), 이미지센서, 인포테인먼트용 칩셋 등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 종류도 늘고 성능도 비약적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TSMC와 인텔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공장을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독일 드레스덴에도 100억 유로(약 1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대만 3위 파운드리 기업인 PSMC도 일본에 이미지센서와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세계 1위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 또한 차량용 반도체 분야 수주를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방문한 인텔의 아일랜드 공장 역시 ADAS에 탑재되는 CPU 등을 생산하는 유럽 내 핵심 기지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 선언 당시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년 뒤 두 배인 1150억 달러(약 138조원)로 늘어나고, 프로세서 비중은 현재 4%에서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많은 업체가 더는 스마트폰에서 큰 성장동력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자동차에 자원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2025년쯤 전기차 교체 시기가 돌아오면 내년부터 관련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저전력 질화갈륨(GaN) 전력 반도체 양산을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를 오는 2025년부터 시작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세계 상위권에 올라있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 수준과는 달리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계 역량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매우 취약하다”며 “고부가가치 차량용 반도체 품목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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