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갚으면 바보?…‘연체율 관리용’ 이자탕감 논란
최근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여러 금융사가 이자와 원금을 감면해주는 채무조정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채무조정은 원래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의 부담을 덜어줘 빚을 좀 더 잘 갚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연체율 숫자를 낮추는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 경영을 악화시키고, 연체를 조장하는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역 새마을금고에 ‘한시적 채무조정 프로그램 내용 변경 안내’라는 문서를 발송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올해 말까지 이사장 승인으로 이자가 밀린 계좌의 정상·연체이자 전액을 감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새마을금고에는 원래 회수가 어려운 대출에 대해 정상이자를 납부하면 연체이자 일부를 감면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자 채무조정 대상과 감면 이자 범위를 사실상 이사장 재량으로 정하게 확대했다. 이자를 감면하면 정상 계좌로 전환이 가능해 연체율 집계에서도 빠진다.
새마을금고뿐 아니다.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도 이달부터 1년간 연체이자를 납부한 고객에게 납부 금액만큼 원금을 깎아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지원 대상은 우리은행에 연체 중인 모든 원화 대출이다. 지원 한도나 횟수 제한이 없다.
금융사가 이렇게 적극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당국의 연체율 관리 압박도 한몫했다. 연체율을 낮추는 방법은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연체이자를 탕감하는 채무조정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중 연체이자 감면이 연체율을 낮추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국의 압박으로 당장 연체율 ‘숫자’를 낮춰야 하는 금융사로서는 일단 채무조정부터 손댈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비은행권의 연체율은 최근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평균 연체율은 6.18%(잠정)로 지난해 말 평균 연체율(3.59%)과 비교해 2.59%포인트 급등했다. 은행권은 이보다 낮지만, 상승 속도는 가파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7%로 지난해 4월(0.23%)과 비교해서는 0.14%포인트 급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초기인 2020년 8월(0.38%)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이런 적극적 채무조정이 당장의 연체율 숫자 관리에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금융사 수익에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연체율을 낮추겠다고 감면하면 그만큼 이익을 포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채무조정을 확대하면 이자를 잘 안 내는 분위기를 조장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도 있다. 무분별한 채무조정이 소비자에게 “빚을 안 갚고 버티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율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경영 악화 등 다른 부작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연체율 숫자 자체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금융 시장 질서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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