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베를린 필 수석들과 곤지암 오디션…K-목관 키울 것”
“평생 플루트만 불겠다고 했었는데 15년 전 아이를 가졌을 때 변화가 왔어요. ‘왜 음악을 하나.’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마음속에 불씨 같은 게 확 들어왔습니다.”
10일 개막하는 곤지암국제음악제 이사장 겸 총감독을 맡고 있는 플루티스트 백수현(51)의 말이다. 예원학교·서울예고·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엘리트 코스 경력의 연주자인 그가 어떻게 곤지암국제음악제를 만들게 됐을까.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그는 일본 나오시마 예술섬에서 받은 충격이 음악제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쓰레기섬을 예술섬으로 탈바꿈시켰더군요.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다, 다음 세대에 문화적 유산을 남겨주자고 결심했죠.”
그는 2016년 경기도 광주시의 곤지암밸리에서 곤지암국제음악제를 시작했다. 그의 부모(백대기 반도메디칼 창업회장, 김정숙 곤지암밸리 관장)가 20년 전 ‘문화를 세우자’는 뜻으로 구입한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3만평 부지에 세운 공간이다. 우선 자신이 전공한 플루트 페스티벌을 열기로 한 그는 플루트의 거장 제임스 골웨이를 초청했다. 곤지암국제음악제의 첫 단추였다.
그는 곤지암국제음악제를 이끌며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저를 내려놓게 돼요. 그러니까 각계의 사람들과 우정이 형성되고 시너지가 생기더군요. 대우건설 그룹, 에이플러스 에셋 등 메세나 기업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함께 사회적·문화적·도시적인 가치를 만들어가면서 저도 성장했어요”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체제로 재정비한 곤지암국제음악제는 플루트에 이어 목관까지 아우르게 됐다. 내년부터는 판이 더 커진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카라얀 아카데미와 함께 세계적 관악연주자 발굴 육성을 목표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베를린 필 목관 수석 주자들이 참가하는 관악음악제를 매년 함께하고, 카라얀 아카데미의 목관 예선 오디션을 곤지암국제음악제에서도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베를린에 가서 곤지암에 서너 번 왔던 베를린 필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와 얘기를 나눴어요. 카라얀 아카데미 회장도 소개받았고요.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호른 다섯 악기의 수석·부수석들이 와서 오디션을 봅니다. K-목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곤지암국제음악제가 열리는 경기도 광주시를 관악기 특화 문화도시로 만들려는 계획도 순항 중이다. 2024년 7월 세계관악컨퍼런스가 광주시에서 열린다. 2년마다 개최되는 관악계의 올림픽 같은 행사다.
올해 곤지암국제음악제는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서울,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곤지암리조트 등에서 콘서트, 아카데미(플루트) 등으로 펼쳐진다. 플루티스트 백수현·필립 윤트(스위스)·안드레아 그리미넬리(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박종화, 첼리스트 심준호, 비올리스트 이수민, 테너 김홍태, 메조소프라노 추희명, 남성 5중창 유엔젤보이스 등이 출연하는 개막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자 곤지암국제음악제 예술고문인 김대진이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개막공연에는 ‘평화콘서트’라는 제목이 붙었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하고 16개 참전국과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계획이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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