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정책 갈등’ 네덜란드 연정 붕괴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2010~2023) 마르크 뤼터(56)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난민 정책을 둘러싼 의견 충돌로 붕괴했다.
8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이날 헤이그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을 만나 연정 붕괴에 관해 설명했다. 전날 뤼터 총리는 “연립정부 동반자 사이에서 이민 정책에 관한 의견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체 내각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연정에는 뤼터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A), 진보 성향인 D66, 중도 성향인 기독교연합당(CU)이 참가했다.
네덜란드 연정 붕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망명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네덜란드 망명 신청자는 4만6000여 명, 올해는 7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등 폭증세가 이어지자 난민 시설과 주택 부족 등의 우려가 커졌다. 뤼터 총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한 이민 정책을 추진하려 했지만 연정 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뤼터 총리가 전쟁 가족들의 입국을 매달 최대 200명으로 제한하고 어린 자녀를 데려오려고 할 경우 최소 2년을 기다리게 하자고 제안하자 D66과 CU는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는 조처”라고 강력히 반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연립정부 붕괴는 유럽 정치에서 이민 정책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총선을 치를 예정인 네덜란드에선 현재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는 우파 정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의 이달 여론조사에서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27%로 1위를 차지했다. 뤼터 총리의 VVD는 21%로 2위, 반이민 정책의 선봉장인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14%로 3위에 올랐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는 반이민 기치를 내건 극우 정당의 부상을 경험했다. 이탈리아와 핀란드에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고, 스페인에서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극우 야당 복스(Vox)가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과 연합해 승리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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