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방값이 55만원”…물가 겁난다, 휴포자 급증

이우림, 김민상 2023. 7.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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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9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숙박·외식 관련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직장인 박모(32)씨는 이번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3년 만에 가족여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했다. 성수기인 8월 첫째 주에 2박3일간 부산 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숙박비가 평소보다 더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 5성급 호텔은 8월 초 1박당 55만원으로 한 달 뒤인 9월 초 가격이 23만원 선인 것과 비교해 32만원 이상 비싸다. 등급을 한 단계 낮춰 알아봤지만 4성급 호텔도 성수기인 8월 초에는 1박당 33만원으로 9월 13만4000원대인 것과 비교해 20만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났다.

박씨는 “가족들과 휴가 일정 맞추기가 편해 성수기에 갈까 했는데 날도 덥고 비용이 비싸 9월께로 다시 계획해 보기로 했다”며 “주변을 돌아봐도 아직 날짜를 못 정한 사람이 많다. 지난해는 팬데믹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이젠 물가 때문에 다들 언제 휴가를 가야 할지 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게 휴가 가기는 포기하고 언니 가족과 놀이공원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조모(42)씨도 오른 외식 물가에 놀랐다고 했다. “자유이용권은 각종 카드·통신사 할인을 끌어모아 어느 정도 아끼긴 했는데, 복병은 음식 비용이었다”며 “1인분에 2만원을 훌쩍 넘는 메뉴가 많았고, 음료수 가격도 너무 비쌌다”며 “두 가족 식비로만 몇십만원을 쓰고 왔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여름 휴가철 관련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 6월 콘도 이용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4% 올랐다. 3월 6.4%에 이어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호텔 숙박료는 3~5월 매달 두 자릿수 인상에 이어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11.1% 올랐다. 나들이 관련 물가도 상승세다. 6월 수영장 이용료는 지난해보다 3.9%, 놀이시설 이용료는 6.8% 각각 올랐다. 공연예술 관람료는 6.3%, 운동경기 관람료는 11.7% 상승했다. 골프장 이용료도 4.7% 상승했다.

전체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항목별로 보면 오리고기 9%, 생선회 6.5%, 돼지갈비 6.4%, 삼겹살 5.4% 상승을 기록했다. 주류 물가(외식)는 소주와 맥주가 각각 7.3%, 6.4% 올랐고 막걸리는 4.4% 상승했다. 8월 중순 강원도 강릉으로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라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원래 맛집 여러 곳을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이번엔 외식비를 최소한으로 아껴보려고 호텔 대신 요리를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콘도를 예약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앉았지만, 물가 둔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과 나들이, 외식과 관련된 체감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3개월 새 4.2→2.7%(6월)로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식량 가격은 두 달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설탕 가격도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 역시 최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3.5%에서 3.3%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에너지·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세로 접어든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2.3으로 전월(124)보다 1.4% 하락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3월 127까지 떨어졌다가 4월 소폭 반등하는가 싶더니 5월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여름철 보양식 재료로 수요가 증가하는 닭고기를 비롯한 지난달 육류 가격지수는 117.9로, 전월보다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기준 ㎏당 국내 닭고기 소매가격은 6360원으로 1년 전 5584원과 비교해 12.2% 올랐다.

하지만 지표와 달리 체감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고물가 영향으로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지난 7일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올여름 휴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휴가 계획이 없거나(36.8%),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36.2%)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일정 조율이 어려워서’(35.4%), ‘비용이 부담돼서’(34.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업(사업)상의 이유(17.5%), 건강 문제(11.0%), 기타(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외식 등 서비스물가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면서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성수기를 핑계로 숙박서비스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큰데, 바가지요금을 씌우지는 않는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김민상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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