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철비’ 집속탄 우크라에 지원…동맹국들 공개 반발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서방 동맹국들이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캐나다·스페인 등은 전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지원을 결정한 데 대해 일제히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해왔지만 ‘극도로 치명적인 무기’인 집속탄 지원만큼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집속탄은 한 개의 모(母) 폭탄이 터지면서 그 안 소형 자(子) 폭탄이 쏟아져 나와 여러 목표물을 동시다발로 공격하는 무차별 살상무기다. 축구장 수십 개에 해당하는 수 헥타르의 넓은 면적을 한꺼번에 초토화해 ‘강철비’라 불린다. 자폭탄 중 불발탄 비율은 10~40%로, 전쟁 후 몇 년 뒤까지 휴면 상태로 남아 있다가 돌연 폭발해 어린이 등 민간인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세계 100여 개국이 사용을 금지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은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3개국 중 하나로, 이 협약을 계속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밝히며, 미국의 집속탄 제공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CCM은 2010년 집속탄 사용과 제조·보유·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체결된 유엔 협약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3분의 2가량이 이를 비준했다.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포함해 71개국은 CCM에 가입하지 않았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스페인은 (집속탄과 같은) 특정 무기와 폭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확고한 약속(CCM)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캐나다는 CCM 협약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으며, 집속탄 사용에 반대한다”면서 “수년 동안 터지지 않은 채 놓여 있는 폭탄이 특히 어린이들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도 “(집속탄은) 무차별적이며 잠재적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며, 피해 양상이 오래간다”며 집속탄 지원에 반대했다.
독일은 집속탄 지원은 반대하지만, 미국의 고민은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은 CCM 협약에 서명한 나라”라면서 집속탄 지원에 반대했지만, 슈테판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우리 우방인 미국이 그러한 탄약(집속탄) 공급에 관한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 달러(약 1조400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속탄 제공과 관련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 권고를 받아들여, 우리가 충분한 (155㎜ 곡사포용)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 동안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시의적절하고 광범위하며 절실히 필요한 군사 원조를 결정해준 미국 대통령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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