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디커플링은 미·중 다 재앙, 우린 공급망 다양화 추구”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9일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미·중)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두 나라 모두에 재앙이 되고 전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디커플링과 중요 공급망 다각화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건 디커플링이 아니라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공급망 확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중대 이견이 있고 이런 의견 불일치는 명확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미·중 관계를 강대국 갈등의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가 양국이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계는 양국이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는 표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옐런 장관은 전날(8일)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를 만났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허 부총리와 만나 “미국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목표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로 이어져 양국 경제 및 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전략 기술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옹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허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일반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무역 왕래에 이롭지 않다”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와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중국 측 우려를 언급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허 부총리는 지난 2월 발생한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사건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비행선 같은 예상치 못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중·미 관계, 특히 양국 정상의 공동인식 이행에 일부 어려움 있었다는 점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유감 표명을 놓고 미·중 충돌을 불렀던 정찰풍선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 사이의 냉랭한 관계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추가적인 분쟁이 곧 닥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내 미국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중국 첨단 기술에 대한 새로운 투자 규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 모건스탠리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한 나라 경제가 특정 국가 혹은 세계 경기 흐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미·중 경쟁으로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응용 방식과 표준 등에서 탈동조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위험을 줄여 나가는 디리스킹(de-risking)과 구별된다.
」
워싱턴·베이징=김형구·신경진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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