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걱정 속 尹지지율 36%…무슨 의미[신율의 정치 읽기]
갖가지 의혹 쏟아져 광우병, 사드 사태와 비교돼
정치적 논리, 과학 지배하면 사회적 비용만 커져
2008년 5월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악몽의 시발점이었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문제가 연결되면서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사태가 터지자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1년 차 2분기 평균 지지율은 21%로 추락했다(한국갤럽). 박근혜 대통령 당시에는 사드 문제가 불거져 대통령 지지율이 30%까지 하락했다(한국갤럽). 과거 대통령 지지율을 언급하는 이유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광우병 또는 사드 사태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모두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는 차원에서 비슷하다. 또 광우병이나 사드 전자파 문제가 제기될 당시나 지금이나 ‘과학’과 ‘확률’보다는 ‘주장’이 횡행한다는 차원에서도 유사하다.
반면 차이점도 존재한다. 광우병 사태 때 쇠고기 수입 여부 문제로 경제적 피해를 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드 전자파 때는 괴담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보는 국민 숫자가 적지 않았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농민이 대표적인 피해자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경제적 피해를 보는 국민 수는 사드 때보다 훨씬 많다. 어민은 물론 수산물 관련 조사자, 수산시장 상인, 횟집이나 일식집을 경영하는 자영업자 등 엄청나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가 괴담으로 끝난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단단히’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반대로 오염수 때문에 우리 해역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면, 현재 “괜찮다”고 주장한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
IAEA는 유엔의 후원 아래 탄생한 국제기구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룸에 있어 IAEA의 ‘과학적 의견’이 유엔 의사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런 IAEA가 지난 7월 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현재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고,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일부 인사는 갖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일본의 로비가 먹혔다느니, IAEA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일본이 많이 해 IAEA가 일본에 우호적이다 혹은 IAEA 사무총장을 일본인이 오래 역임해 일본에 우호적 구조일 수밖에 없다 등이다.
이런 주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못하다.
우선, 일본이 IAEA 측에 로비를 했다면 누구에게 했나가 의문이다. 사무총장에게 했다면, 11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단이 사무총장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이행했다는 것인가. 11개국 전문가들이 사무총장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IAEA에 대한 일본의 재정적 기여도도 말하는데, IAEA 재정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국가는 미국, 다음이 중국이며, 일본은 3위다. 미국의 기여도가 25.1%고, 중국이 14.5%, 일본은 7.7% 정도다. 재정 기여도에 따라 IAEA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일본보다 두 배 정도 큰 셈이다.
그런데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중국 입장은 매우 비판적이다. 7월 5일 중국 외교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IAEA 보고서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통행증’이 될 수 없다”며 “IAEA는 방류 계획의 적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결론은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재정 기여도가 영향력을 결정짓는다면 IAEA는 일본에 불리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어야 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런 식의 시각으로는 오염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없다.
지난 4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합동으로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에 방류된 오염수가 유입되는 시점은 빨라야 4~5년 후다. 방류수는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북태평양을 건너가 태평양 한 바퀴를 순환하고, 다시 대만과 동중국해 대륙붕을 거치며 확산·희석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오염수가 유입되는 나라는 캐나다와 미국이다. 그런데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이 방류 계획에 있어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절차를 추진해왔고 IAEA에도 적극 협조했다”며 “방류 판단은 과학이 좌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입장은 과학적 분석을 근거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판단한다는 것인데, 정치권은 몰라도 우리 국민은 이런 합리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 6월 30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조사(6월 27일에서 2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0.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큰 변화가 없었다. 과거 광우병이나 사드 사태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수산물 오염이 걱정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78%에 달함에도 대통령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첫째, 광우병과 사드 사태 경험이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걱정은 되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사안을 정치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국민이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걱정은 되지만, 과학을 일정 부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광우병 당시나 사드 사태 당시와는 다르게 한국원자력학회를 비롯해 원자핵공학과 교수들, 해양학자들 그리고 지구과학자들이 나서 과학적인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믿을 것이냐 말 것이냐다. 안 믿더라도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갖고 믿지 않아야 합리적이다. 편견과 주관성 그리고 정치적 진영 논리가 과학을 지배하는 현상이 넘칠수록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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