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신설 아파트 부지 1.5m 높이겠단 LH, 기존 마을과는 단절?

박창근 2023. 7. 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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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갈등 계속되는 부산 강동 공공주택지구 사업... LH의 일방통행이 문제다

[박창근 기자]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 기재부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은 사용하지 않는 국유지를 개발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수행한다. 개발되는 국유지에는 대부분 아파트를 짓고 이를 분양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물론 땅값은 공짜다. 그러니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활용되지 않는 버려진 땅' 인근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은 그동안 큰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노후화되고 밀집된 기존 마을주민들은 새롭고 깨끗한 환경에 만들어진 아파트를 쳐다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고, 보이지 않는 방벽이 만들어져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염려했는지 기획재정부는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 운용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위탁개발사업의 기본원칙은 ①재정수입의 증대 ②공공시설의 확보 ③지역발전에의 기여이다.

주민들과의 약속을 무시한 이원화된 도로설계

기획재정부는 '국유지를 활용하여 지역 개발을 적극 지원'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2022.4.11.)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16곳의 토지개발 사업지를 선정하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제1호 사업은 (옛)부산원예시험장 부지에서 추진하는 '부산 강서구 강동 공공주택사업'이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지장물 철거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국유지를 활용하여 지역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 부지 중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옛)원예시험장은 지난 60여 년간 마을의 발전에 거대한 장애물 역할을 했다. 밀집된 단층 주택이 대부분이고 손꼽을 정도의 3층 주택이 있는, 말 그대로 60년 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이다. LH가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식은 '순박한' 마을주민들에게는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부산 강동 공공주택지구 사업 위치도.
ⓒ LH
 구 부원예시험장과 마을(대사리3구 5통) 사이의 폭 7m 도로 전경.
ⓒ 박창근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LH는 철저히 자기만의 사업을 진행했고, 그동안 인근 마을주민과는 '소통'은 없고 오로지 '통보'만 있었다. 지역발전을 지원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은 사라졌고, 주민들의 마음은 기대에서 불만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대표적 문제점은 '낙동북로 125번길'을 단차가 있는 이원화된 도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8월 6일 사업지정고시에는 아파트단지 신설 도로(14m)와 기존 도로(7m)를 합쳐 단차가 없는 폭 21m 도로를 만들어 공동 이용하게 되어 있었다. 2021년 4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이런 계획이 유지되다가 2021년 10월 환경영향평가서(보완)에서 홍수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파트단지를 약 1.5m 성토하는 것으로 계획이 갑자기 변경됐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신설도로와 기존 도로와는 1.5m 단차가 발생하고 서로 나뉘었다. 이러한 단차는 방벽 역할을 하기에 기존 마을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기존 마을의 슬럼화는 가속될 것이다. 또한 새롭게 조성될 방벽은 향후 아파트 주민과 지역주민의 차별화 상징물이 될 것이다.

재해영향평가 보고서(LH 작성)의 문제점

문제는 LH가 아파트 부지의 높이를 필요 이상으로 높였다는 점이다. 부산 강동 공공주택지구 재해영향평가 보고서(2022.4, LH)에서 단지계획고의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자. 다음 <표 5.3-3>에서 알 수 있듯이 평강천 계획홍수위는 El. 2.04m이고, 여유고 0.6m를 더하면 하천제방고는 El. 2.64m가 된다. 따라서 평강천 인근지역에서 택지개발을 할 때, 단지계획고가 EL. 2.64m 이상이면 200년 빈도 홍수가 발생해도 홍수위험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공공주택지구에서 홍수가 발생했을 때 평강천으로 물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단지의 높이는 하천제방고보다 약간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에서는 여유고를 1.16m∼1.43m 설정하여 단지계획고를 El. 3.20m∼3.47m로 결정했다.
 
 부산 강동 공공주택지구 재해영향평가 보고서 내용.
ⓒ LH
 
 그림 5.3-4 평가대상유역 저지대 현황도(개발 후)
ⓒ LH
 
[그림 5.3-4]는 부산 강동 공공주택단지의 단지고를 제시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El. 4.1m 정도로 설계했다고 할 수 있다. 상기 <표 5.3-3>에서 결정한 단지계획고는 평균 El. 3.20m∼3.47m 정도인데, 최종 단지고는 최대 1m 이상 애초 단지계획고보다 높게 설정했다. 재해영향평가 보고서 어디에도 최종 단지고를 단지계획고 보다 1m 높게 결정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결국 LH는 최종 단지고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공주택단지와 인근 대사리3구(5통) 사이에는 약 1.5m 이상 단차가 생기게 됐다. 이 단차로 인해 기존도로 125번길과 아파트 신설도로 또한 단차가 없는 일원화된 도로가 아니라 단차가 있는 이원화된 도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원화된 도로는 마을주민들 입장에서는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한 도로가 된다. 전국 어디에도 인접한 두 도로를 단차를 둔 이원화된 도로 건설 사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LH의 황당한 답변

사업지구 인근 주민들은 기존 마을도로(125번길)와 아파트 신설도로를 계획대로 단차가 없는 하나의 도로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LH는 사업지구지정(2020.08.06.) 단계에서는 단차가 없는 도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마을주민들에게 홍보했다.

그러나 LH는 지난 2022년 11월 29일 '사업지구 지반고가 평강천 계획홍수위보다 낮아 우수의 자연 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돼 불가피하게 도로체계를 이원화하였음'이라고 답변을 결국 보내왔다. 하지만 부산 강동 공공주택지구 재해영향평가 보고서(LH, 2022.4)의 <표 5.3-3>을 살펴보면 이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표에서 단지계획고는 El. 3.20∼3.47m이기 때문에 평강천 계획홍수위(2.04m)보다 높다. 그런데도 LH는 평강천 계획홍수위가 단지계획고 보다 높아 추가로 성토해 설계한 단지고는 약 El. 4.1m가 됐다. 이 때문에 결국 기존도로(125번길)와 아파트 신설도로 사이에 약 1.5m 이상의 단차가 생기게 됐다. 

따라서 LH는 두 도로를 단차가 있는 이원화된 도로로 건설하기 위한 공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애초 지구지정(2020.08.06.)에서 결정한 바와 같이 하나의 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원화된 도로건설 요구에 대한 LH의 답변(2022.11.29.)
ⓒ LH
 
소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

기재부의 국유재산 위탁개발 사업의 제1호 사업인 부산 강동 공공주택사업이 지금 이대로 진행된다면 인근 마을을 고립시키고 소외감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피해지역의 발전을 위한 어떠한 배려도 없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 운용지침'에 충실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상생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LH는 지난 2022년 11월 29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속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만 밝혔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LH는 아파트 건설 사업계획을 2023년 1월 16일 국토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인근 피해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한 행정행위이고, 소통은 물론이고 통보도 없는 독단행정이다.

기재부는 사용하지 않는 국유지를 위탁 개발하는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 강동 공공주택사업은 제1호 사업이기 때문에 아직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 운용지침을 뒷받침할 세부 내용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다. 기재부는 위탁개발 사업의 이익금을 어떻게 배분하여 지역발전에 투자해야 할지 그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인근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상생협의체 구성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

기재부의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이 위탁자(LH)만의 사업이 된다면, 사업의 필요성은 퇴색될 것이다. 갈등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LH가 피해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상생하는 길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LH가 피해주민 마을에 제시한 이원화된 도로 모습. 연결도로는 경사가 급하여 차량파손의 위험이 있고 시야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이런 형태의 도로설계 사례는 없다.
ⓒ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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