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도 못하는 나... 여기선 자책이 없습니다
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종이접기'. <편집자말>
[최새롬 기자]
"나는 금붕어를 주었는데 / 너는 개구리를 받았네"
옛 시 같기도 한 아리송한 문장이 책의 뒤표지에 실려 있다. 김복희 시인의 산문집(달출판사), 제목은 다소 겸연쩍게도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다. 시를 쓰고 싶은 그런 건 아니고요, '금붕어를 주었는데 왜 개구리를 받았다고 할까'가 궁금했다. 책을 펼쳐보니 이 대목은 놀랍게도 종이접기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이런 걸 보고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종이접기에 대해 글을 쓰면 종이접기에 대해 쓴 글을 알아본다는...!
의외로 쉽지 않은 종이접기
시인은 종이접기를 어떻게 경험했을 지 궁금했다.
"아, 이것만은 어떤 낙관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는 자신이 접은 것을 보고 이렇게 적는다. 초심자들이 겪기 쉬운 절망을 겪었군. 뜻대로 접지 못하고 종이를 여럿 망친 것이다. 여기서 종이접기와 어른의 대비가 우선 재미있다. 너스레가 분명히 있을테지만 낙담 또한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종이접기는 그 이름 덕분에 쉬워 보이지만 연습하지 않고 그럴듯해 보이는 걸 접으려 들면 쉽게 실패하게 된다. 여기서 아이들이라면 자책이나 실망이 덜 할텐데, 어른들은 '내가 종이접기도 못하다니!'라는 상념에 빠지기 쉽다는 게 흥미롭다.
이게 뭐라고! 그래, 종이접기가 대체 뭐라고. 이 문장은 어른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을 잘 보여준다. 종이배나 종이학을 접었던 사람이 어른이 되었다고 갑자기 판다를 접을 수는 없다. 그게 아무리 종이접기라 해도 말이다.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이게 뭐라고'의 벽에 부딪히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종이접기를 하찮은 놀이로 보는 어른의 시선 때문일 것이고, 조금 더 파고들어가면 안팎으로 다가오는 나이에 대한 기대값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흔 살이 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나이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겪은 인생의 경험치로 앞으로 마주할 대강의 것들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마흔살 만큼 있을 것이다. 밖에서는 물론 자신의 내부에서도 말이다.
대부분은 물론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겠지만(그러면 좋겠지만) 이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평범하게(?) 마흔살이 된 사람이 금붕어를 보고 한 번에 접을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는 것처럼 '그 나이'가 되어도 잘 못하는 것이 무엇이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지탄하기 좋은 눈금이고 타당하게 비난을 옹호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를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고, 어려운 것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이는 누구에게나 때 맞춰 오지만 누구나 고르게 성취하고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 개구리와 금붕어 왼쪽 작품명: Toad/Frog 작가명: Riccardo Foschi오른쪽 작품명: Goldfish 작가명: kaaakun |
ⓒ 최새롬 |
웃음이 터지는 순간. 시인은 종이접기에서 시 같은 구석을 찾아내고 있다. 나이 먹을수록 실패와 서투름이 제한되는 어른들에게 화려하게 실패한 금붕어를 자신 혹은 또는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먹는 것, 사는 것, 입는 것, 심지어 취미까지도 무엇이든 평균에 도달하려고 애쓰거나 따라가 보게 되는 곳에서, 잘 살고 있다는 반증처럼 느껴지는 흐름에 다른 감정을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다면. 서툶을 혼자서 만끽할 수 있는 취미 하나를 소개한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그게 취미인지 아무도 모르고 중간에 그만 두기도 쉬운데 슬그머니 다시 시작하기도 좋은 종이접기.
우리가 꼭 무언가를 잘 해내기 위해서 완성에 가까운 삶을 일군다고 행복에도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테니까. 좀 못하고 서툴러도 순간순간 오는 기쁨을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고,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 개구리 작품명: Toad/Frog 작가명: Riccardo Foschi |
ⓒ 최새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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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 지금까지 연재 '비로소 혼자가 되는 종이접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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