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베르 달군 ‘루키 대전’…황유민이 웃었다

고봉준 2023. 7. 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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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민. 사진 KLPGA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황유민(20)이 마수걸이 우승을 신고했다.

황유민은 9일 경기도 포천시 몽베르 골프장에서 열린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데뷔 동기인 김민별(19)을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마지막 날 버디 6개만 잡아 김민별과 나란히 13언더파 203타로 동타를 이룬 뒤 18번 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김민별을 눌렀다. 생애 첫 번째 우승으로 1억80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갔다.

2003년생 황유민은 신장이 1m63㎝로 작은 편이다. 체구 자체도 왜소해 학생 선수로 오해를 살 정도다. 그러나 이번 대회 전까지 드라이브샷 비거리 3위(257야드)를 기록할 만큼 남다른 파워를 지닌다. 장타를 쳐야 골프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어릴 적부터 힘을 길러 지금의 클럽스피드를 만들었다.

황유민은 이날 막판까지 우승을 놓고 다툰 김민별 그리고 특급 루키로 떠오른 방신실(19)과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분류된다. 앞서 방신실은 E1 채리티 오픈을 제패했다. 김민별도 계속해 우승 경쟁을 펼쳤다. 뒤이어 황유민이 정상을 밟으면서 신인왕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날 선수들은 경쟁자가 아닌 대기시간과 싸워야 했다. 당초 챔피언조의 출발 예정 시간은 오전 9시. 그러나 낙뢰주의보가 내려져 1시간이 미뤄졌고, 이어 거센 빗줄기와 짙은 안개로 3차례가 더 연기돼 오후 1시45분이 되어서야 챔피언조 선수들이 1번 홀(파4)에서 첫 번째 티샷을 했다.

경기는 이날의 날씨처럼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한때 6명이 공동선두를 이루기도 했고, 선두의 이름도 시시각각 변했다. 일단 챔피언조의 전반 종료 시점에서 꼭대기를 지킨 이는 한진선(26)과 황유민. 각각 버디 4개와 3개를 잡아 10언더파로 치고 나갔다.

후반 들어선 한진선이 먼저 앞서갔다. 파4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14번 홀(파5)에선 투 온에는 실패했지만, 완벽한 러닝 어프로치로 1타를 줄였다.

그러나 황유민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14번 홀(파5)과 15번 홀(파3)에서 연달아 버디를 낚아 12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이어 마지막 18번 홀에서 옆라이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단독선두가 됐다. 그러자 같은 챔피언조의 12언더파 김민별도 18번 홀 그린 반대편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황유민과 13언더파를 이뤘다.

김민별. 사진 KLPGA

무서운 샛별들이 맞붙은 연장전. 둘은 내리막 18번 홀에서 나란히 페어웨이를 지켰다. 그러나 다음 샷에서 희비가 갈렸다. 김민별의 세컨드 샷이 그린을 빗겨간 반면, 황유민은 컵 옆으로 공을 세웠다. 수세로 몰린 김민별은 어프로치가 짧았다. 이와 달리 황유민은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했다.

황유민은 “초반에는 긴장이 됐다. 경기 막판에는 정말 떨렸다. 지금은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비거리의 비결은 모르겠다. 거리가 나오지 않아서 이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빠른 빈스윙을 통해 클럽스피드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황유민은 “할아버지께서 사실 내가 골프 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국가대표를 거치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다. 지금 편찮으신데 빨리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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