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내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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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하면, '수사슴은 여기서 멈춘다' 정도 되겠다.
남에게 미루지 말고 딜러가 책임지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라는 게임 참가자 간의 무언의 약속이다.
그래서 이 말은 '내가 책임진다'는 의미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 '책임지지 않는 사람' 유형은 "자신은 이익만 취하고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며 다른 사람들의 비용으로 자신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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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 stops here!”
직역하면, ‘수사슴은 여기서 멈춘다’ 정도 되겠다. 이 말은 포커게임에서 딜러 앞에 ‘손잡이가 수사슴뿔로 된 칼(buckhorn knife)’을 놓았던 데서 유래한다. 남에게 미루지 말고 딜러가 책임지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라는 게임 참가자 간의 무언의 약속이다. 그래서 이 말은 ‘내가 책임진다’는 의미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물한 명패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도 한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할로윈을 앞두고 이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그런데 해밀턴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몰리면서 158명이 사망하는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21세기에 발생한 전 세계 압사 사고 중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참사가 발생하고 어느덧 9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가 책임진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책임져야 될 사람들은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발뺌하기 바쁘다.
2023년 2월 28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4월 12일과 14일, 5월 24일에도 소위 ‘빌라왕’에게 당한 임차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수는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임차인이 올 상반기에만 2만 건이 넘는 걸 보면 앞으로도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절망에 빠진 임차인이 언제 또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자와 해결할 책임이 있는 자들은 천하태평이다. 여기서도 누구도 ‘내가 책임진다’고 나서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책임’은 사라지고 ‘권리’만 넘쳐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애매한 권리를 앞세워 ‘네가 책임지라’고만 한다. 서로 ‘네가 책임지라’고만 한다면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되는 것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라는 책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을 설명하면서 사람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여기서 ‘책임지지 않는 사람’ 유형은 “자신은 이익만 취하고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며 다른 사람들의 비용으로 자신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가 바라는 리더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유형이겠으나,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적어도 ‘책임지는 사람’ 유형 정도는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 달리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 중에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 유형이 가득한 게 현실이다.
꽃다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의 시간 속에서, 경제적 약자들이 목숨보다 소중한 재산을 편취당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간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권한은 최대화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작태를 우리가 몸소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 유형에 해당한다고 의심되면 부디 나서지 말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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