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헤어질 결심'이 어려운 이유…NYT "반도체가 핵심"
미국 정부는 중국을 세계 첨단 산업 분야에서 고립시키려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미·중 기업 간 공조는 굳건하게 유지되는 이중적 상황을 지적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의 '중국 손절' 노력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업계'가 중국을 생존 열쇠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 반도체'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와중에도 미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을 등지지 못하는 이유를 '엄청난 시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엔디비아의 최신형 AI 반도체인 ‘A100’, ‘H100’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한 게 대표적 예다.
미 정부의 이 같은 견제에도 기업들은 중국과 단절을 경계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달 중국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6억 달러(약 78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이 자국의 '사이버 보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하자 내린 조치다. 마이크론은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번 투자는 중국 사업과 조직에 대한 마이크론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NYT는 미국 기업이 중국과 손잡기를 원하는 원인은 중국의 시장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전세계 스마트폰과 자동차, PC 등 반도체 수요가 큰 각종 전자제품의 핵심 생산기지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일부 반도체 기업은 매출의 60~70%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에밀리 와인스타인 조지타운대 안보·신기술센터(CSET) 소속 연구원은 반도체가 들어 간 각종 전자 제품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자리 잡고 있는 등 강력한 시장성 때문에 "스위치를 끄듯이 갑자기 중국에서 모든 것을 철수하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개발한 반도체가 중국의 무기에 쓰여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근본 이유는 안보 문제인데,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연연하는 상황이 미·중 양국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반도체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은 일부 속도 조절만으로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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