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에 '기후 ETF' 살 생각 했다면...상반기만 52% 벌었다
올해 들어 기후변화솔루션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날개를 달았다. 이달 7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5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3.5%)은 물론 국내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21.6%)의 두배 이상이다. 2차전지주 랠리에 올라탄 데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 피해가 눈에 띄게 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후변화솔루션 ETF 5개 상품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7일 기준 약 52%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기후 변화 솔루션’은 올해 들어서만 52.99%의 이익을 거뒀다. 삼성자산운용 ‘KODEX KRX 기후 변화 솔루션’, 신한자산운용 ‘ SOL KRX 기후 변화 솔루션’도 각각 51.81%, 51.56%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21.6%)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두드러진다.
기후변화솔루션 ETF 수익률이 고공 점프한 데는 2차전지 랠리 영향이 크다. 해당 ETF는 한국거래소의 KRX기후변화솔루션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한국거래소에서 2021년 만든 이 지수는 저탄소 전환점수, 저탄소 특허점수가 높은 42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주가 포함된다.
2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배터리다. 뿐만 아니라 2차전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한마디로 친환경 배터리인 셈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7일 기준 올해 들어 205% 치솟았다. 에코프로비엠을 핵심 자회사로 거느린 에코프로는 같은 기간 851% 폭등했다.
에코프로 형제주 덕분에 지난해 12월 29일 1615.7이었던 KRX기후변화솔루션 지수(종가 기준, 거래소 자료)는 이달 7일 2466.63으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만 52% 상승했다.
실제로 TIGER KRX 기후 변화 솔루션 ETF의 기초 자산은 지난 7일 시가총액 기준 에코프로 비중이 10.27%로 가장 높다. 뒤를 이어 에코프로비엠(7.68%), SK하이닉스(7.46%), 삼성전자(7.23%), 삼성SDI(6.98%), LG에너지솔루션(6.93%) 등이 차지한다.
기후 ETF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점도 기후변화솔루션 ETF의 몸값을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세계 해수면 온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남극 대륙 주변 해빙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올여름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는 현상인 ‘슈퍼 엘니뇨’로 인해 최악의 폭염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멕시코에선 지난 4개월간 폭염으로 100명 넘게 사망했다.
김준섭 KB증권 ESG 애널리스트는 “예컨대 미국과 남미의 이상 고온 및 가뭄은 수자원의 희소성을 높이고 이에 따른 관련 비용 상승은 헬스케어, 반도체, 금속채굴, 정유화학 같은 수자원 영향력이 큰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관련 상품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 이상 현상은 곡물 생산 감소, 폭염·폭우 같은 피해를 낳는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도 크기 때문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이미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가뭄은 옥수수, 콩 같은 곡물 생산에 타격”이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농작물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제적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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