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우려"…'새마을금고 불씨' 저축銀 신용등급 전망 줄줄이 하향
주요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반영됐다. 최근 새마을금고 연체율 급등과 맞물려 부동산 PF에 대한 불안 심리가 금융권 전반으로 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금융권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리스크(위험) 전이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올해 1월 ‘안정적’이었던 키움저축은행(A-),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바로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4곳 회사에 대한 등급 전망을 바꾼 이유로 모두 부동산 PF(브릿지론 포함)를 적시했다. 저축은행 업종 전반에 대해서도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자기자본 대비 과중해 리스크 노출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 전반의 신용등급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2금융권 전체의 신용등급과 전망 상·하향 배율(상향 건수를 하향 건수로 나눈 값)은 0.4배다. 2021년(4.67배)과 지난해(2.14배) 대비 크게 떨어졌다. 신용도가 내려간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2금융권의 신용등급 악화 역시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과 맞물려있다. 지난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0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19%) 대비 0.8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의 경우 연체채권 상각 등으로 부동산 PF 연체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은 2금융권 연체율 악화를 뜻한다.
여기에 금융당국 분석에서 빠져있던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급등한 사실이 드러나며 부동산 PF 위험 우려가 부각됐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올 1분기 5.34%로 치솟았다. 다른 상호금융기관의 연체율(2.42%) 대비 2배가 넘는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이후에도 늘어 지난달 15일 기준 6.49%까지 올랐다. 다만 그 이후로는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게 새마을금고의 설명이다.
새마을금고 연체율 급증 배경에도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가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이 포함된 새마을금고 법인대출의 연체율은 올 1분기 9.99%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연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어느 금융권이든지 부동산 PF 연체율은 관리 가능하며 특히 새마을금고는 선순위 비율이 굉장히 높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탄탄하기 때문에 관리가 굉장히 잘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걸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김주현 금융위원장,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경계감이 상존하고 있어 관계기관 합동으로 금융시장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필요 시 기 마련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을 공동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지원단(가칭)’을 오는 10일 가동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 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로 돈이 정상적으로 들어가고 불안 심리로 인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새마을금고 때문에 시장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규모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오후부터 인출 증가세가 둔화했으며, 지난 7일 인출 규모는 전날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금융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새마을금고 이슈는 과거 영업정지 사태를 촉발했던 저축은행과 같은 부실 현실화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며 “불안 심리에 의한 유동성 이슈인 만큼 불안 심리 진정, 충분한 유동성 공급 시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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