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창업자 낳은 K-기업가 산실...G7 대학생은 ‘이곳’ 택했다

안대훈 2023. 7. 9.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일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K-기업가 정신 진주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진주를 방문한 이탈리아 살레르노 대학 로베르토 파란테 교수(왼쪽 3번째)와 학생들. [사진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한국은 새로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빠르게 혁신하는 나라다. 그 원동력은 ‘인간적인 기업가 정신’인 것 같다.”

9일 오전 세계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이탈리아 ‘살레르노대’ 학생(석사 과정)들이 한 말이다. 살레르노 대학은 이탈리아 서남부 지역에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입국, 다음 날 경남 진주를 찾았다. 진주에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K-기업가 정신 진주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경제학·경영공학·컴퓨터공학 등 전공 분야는 다양했지만, “한국 기업가 정신을 배우러 왔다”는 방문 목적은 같았다.

진주는 2018년 한국경영학회가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 수도’로 선포한 도시다. 이병철(삼성)·구인회(LG)·허만정(GS)·조홍제(효성) 등 대기업 창업주가 동문수학(同門修學)한 옛 지수초등학교(현 K-기업가정신센터)가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다. 1980년대 초 100대 기업 회장 중 30명이 지수초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이 학교는 “재계 산실(産室)”로 불렸다.

9일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K-기업가 정신 진주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진주를 방문한 이탈리아 살레르노 대학의 로베르토 파란테 교수(오른쪽 2번째)와 학생들. [사진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미국·독일 아닌 한국 택했다 왜?


살레르노대에 따르면 이 대학 학생 22명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란 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왜 한국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 학생은 “미국·프랑스·독일 등은 같은 서구 사회로, 이탈리아와 비슷한 면이 많다”며 “반면 한국은 서구와 다르면서도 가장 혁신에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챗GPT조차 못 쓰게 할 정도로 이탈리아는 잘 바뀌지 않는 나라인데, 한국은 기회 때마다 바뀌며 변화를 따라잡는다. 나아가 배터리 분야처럼 새로운 변화도 주도한다”며 “그 변화를 낳은 ‘인간적인’ 기업가 정신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K-기업가정신 진주 국제포럼’은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능력개발관·전통예술회관 등에서 ‘인간 존중의 K-기업가정신’을 주제로 열린다.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원, 각국 대학생, 기관·단체장, 기업인,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여한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달 27일 미국 유엔(UN)본부에서 열린 '중소기업의 날' 행사에 참석,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 진주’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진주시]


세계가 주목한 ‘K-기업가 정신’…“인간존중·사회책임 정신”


이처럼 최근 K-기업가 정신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UN 중소기업의 날’ 행사에 참석,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 진주’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자치단체장이 UN 중소기업의 날 행사에 연사(演士)로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조 시장은 “K-기업가정신은 진주시 지수면 출신 창업주들이 만든 세계적 기업 삼성·LG·GS가 공통으로 지향한 기업가치로 우국애민과 사업보국, 인본주의적 인재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신이 요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경남 진주시 판문동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진주 K-기업가정신재단'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진주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는 “한국 기업가 정신은 한마디로 ‘사회에 대한 사명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돈이 먼저였던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업가들이 더 빠르게 혁신에 임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조 시장과 아이만 타라비쉬 ICSB 회장, 오준 전 유엔대사과 함께 『한국 기업가정신의 원류(Origin of Korean Entrepreneurship)』 논문을 썼다.

김 교수는 “한국 기업가 정신은 이타적인 한국의 유교적 공동체주의와 인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대부분 유림(儒林) 집안 후손인 대기업 창업주는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진주시는 지난 8일 K-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난 세기 대한민국 경제성장 동력인 K-기업가 정신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한국경제를 새롭게 도약시킨다는 목표로, 정·재계, 학계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진주=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