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혜' 증발된 양평고속도로...대통령실 "국토부에서 알아서"

이주연 2023. 7. 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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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넘기며 여야 논의 사항으로 선긋기... 민주당 "원안대로 사업 추진해야"

[이주연 기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재관 민주당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이 지난 5일 국회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강득구 의원실 제공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갈수록 첨예해져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국토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속도로 전면백지화는 독재적 발상이다. 더 큰 것을 덮고자 함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다"라며 "원희룡 장관은 잘못된 결정을 사과하고 원안대로 추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비를 걸어 양평군민의 숙원사업이 백지화됐다"라며 "다 차려진 밥상 민주당이 엎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통령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관련해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토부에서 알아서 해야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야당이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대통령실 입장이 간접적으로 나간 것은 있지만 이 문제는 국토부에서 다룰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양평 군민의 목소리가 전달됐기 때문에 국회 차원, 여야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향후 어떻게 될지도 당 쪽에서 여야가 논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국회 차원의 문제'로만 치환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1조 8000억 짜리 사업 말 한마디에 백지화... 원안대로 사업 추진해야"

민주당은 특혜 의혹들을 제대로 규명하고 설명한 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진상규명 TF는 전면 백지화에 대해 "종점을 누가 왜 바꿨는지 설명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냐. 1조 8000억원 짜리 국책사업이 말 한마디로 백지화됐다. 독재적 발상"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TF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특혜 의혹에 왜 백지화로 대응하냐. 이렇게 대형 사고를 쳐놓고 양평 군민에게 사실관계를 호도하면서 국민 갈라치기 하고 야당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라며 "원안대로 추진을 해 양평 군민 숙원 사업을 추진해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강득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상면 교평리 231-1, 234번지 현 소유자는 김아무개씨인데, 제보에 의하면 김건희씨 부친의 형제로 추정된다"라며 "해당 땅 근저당권이 최은순씨로 돼있다. 김건희씨 일가가 차명으로 땅을 보유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원희룡 장관은 대통령 일가 땅을 전수조사하고 반드시 부동산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더 이상의 의혹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팩트 체크'처럼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원 장관에게 현재 논란이 된 땅에 대한 질의를 직접 한 바 있는 한준호 의원은 "원희룡 장관의 거짓이 계속되고 있다. 명확한 답변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지난 8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국감에서) 이 땅을 포함해 양평군에 있는 여러 땅을 놓고 형질 변경이 됐다고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불법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다. 확인 결과 불법이 아니어서 답변을 드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여러 땅을 묻지 않았고 명확하게 김건희 여사 일가 땅 7000평에 대해서만 질문 드렸다. 원 장관이 확인하고 답변을 줬다고 했는데 받은 바 없다"라며 "원 장관은 '그 땅과 고속도로 노선이 연결되는지 종점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국감 답변은) 그 땅을 확인했다고 했다. 궤변"이라고 쏘아붙였다. 

한 의원은 "김건희 일가 땅을 인지했다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라고 못 박았다. 
 
▲ 원희룡 "이재명, 민주당 간판 걸고 한 판 붙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원 장관이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대안 노선은 민주당도 계속 주장해왔던 안이다. 민주당 출신 군수, 지역협의회장 할 것 없이 현재 대안 노선 선상에 있는 강하IC 설치를 요구해왔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박이 제기됐다.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은 "민주당이 강하 IC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가짜 뉴스다. 단지 강하면 주민들이 우리도 고속도로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IC를 설치해달라는 주민 요구를 전달한 것이 전부"라며 "이에 대해 당시 정동균 양평군수는 '지역 여건 및 총사업비, 경제성 등으로 인해 IC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답변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종점 변경이나 노선 변경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마치 우리가 2년 전에 (노선 및 종점 변경을) 요구한 것처럼 기사가 나오고 있다"라고 강변했다. 

여권에서 변경된 종점이 IC(나들목)가 아니고 JCT(분기점)이라 지가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강 의원은 "연결 도로가 생기면 지방도로도 생기고 당연히 지가가 상승될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 위원장도 "양평 군민이라면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김건희씨 일가 땅과 분기점이 500m 떨어져 있는데 먼지만 나지 값이 안 오른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힘 "민주당 시비로 숙원사업 백지화.. 다 차려진 밥상 엎은 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특혜 괴담 선동으로 양평군민들의 염원이 물거품됐다"라며 민주당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오죽 시비를 걸었으면, 원 장관이 양평군의 숙원사업을 백지화 한다 했겠는가"라며 "10년간 공들여 다 차려진 밥상에 민주당이 침을 뱉으며, 밥상을 엎어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기존 노선에는 고속도로 진·출입이 가능한 IC가 없어 이름만 양평고속도로일 뿐 정작 군민들은 쉽게 이용할 수 없었기에, 양평군청은 강하면에 IC를 설치할 수 있는 복수 안을 검토했다"라며 "양평군청이 제시한 세가지 안 중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과 더 가까운 노선도 있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정말 특혜를 주려 했다면 그 노선을 선택하지 않았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진선 양평군수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양평군에 IC가 없는 고속도로 사업에는 찬성할 수 없다. 양평군민들은 여전히 양평군에 IC가 있는 고속도로를 원한다"며 "양평군에 IC(나들목)가 설치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을 가로막는 모든 행위를 멈춰줄 것을 호소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여권 내에서도 '원안 추진'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안으로 추진해 정쟁 소지를 없애거나 양평군과 배심원, 교통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를 구성해 노선을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대표는 기승전 김건희 프레임으로 정치적 재미를 보려는 술수를 부리고 국토부 장관은 고속도로 건설을 전명 취소하겠다고 대응해 국민의 삶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졌다"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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