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팔경 중 하나... 뛰어난 풍광에 저절로 나온 감탄사

이보환 2023. 7. 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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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북 문경시 가은읍?선유구곡길을 따라 걷다

[이보환 기자]

▲ 용추폭포 신기하고 아름다운 하트모양의 용추푹포
ⓒ 이보환
여름엔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곳이 걷기 좋은 길이다.

지난 6월 25일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길로 떠났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선유구곡길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칠성면과 이웃이다.

자동차로 굽이굽이 재를 넘는다. 도로 양옆의 울창한 숲을 보니까 걸어가고 싶다. 푸른빛으로 도로를 물들이는 자연이 경이롭다. 속리산 국립공원에 포함된 쌍곡계곡부터 칠보산, 군자산, 대야산의 들머리가 있어 차량이 많다. 

장마를 앞두고 찾아온 찜통 더위도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자동차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 솔 내음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온다. 

어느덧 용추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가 빼곡하다. 가까스로 주차했다. 선유구곡길 입구를 향해 동산을 하나 넘는다.

이 길을 걷기 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다녀간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 어려운 구간 없이 가볍게 걷기 좋은 곳으로 소개됐다.

코스가 두개다. 4㎞ 짜리 1구간은 이강년 기념관-칠우칠곡-선유구곡-학천정이다. 2구간은 대야산 자연휴양림-용추계곡-월령대로 4.4㎞ 거리다. 

2구간을 선택했다. 일단 출발지는 같다. 투명한 계곡물 양옆으로 펼쳐진 소나무 숲이 반갑다. 대야산으로 가는 나무계단을 지나 오솔길을 걷는다. 내가 좋아하는 흙길이다. 얼마되지 않아 무궁화로 만든 아치형 터널이 나타난다. 많은 곳을 다녀봤는데 무궁화로 이렇게 꾸며놓은 곳은 흔치 않다.

작은 동산을 넘으면 바로 선유구곡길 안내판이 나타난다. 화장실, 매점과 음식점, 숙박업소 등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있다. 
 
▲ 문경 선유구곡길 문경선유구곡길은 맑은 물과 푸른 소나무, 널찍한 암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다
ⓒ 이보환
임도를 따라 가다 돌다리를 발견했다. 유년을 추억하며 유쾌하게 건넜다. 바로 계곡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너럭바위가 나타났다. 널따란 바위마다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맑은 물, 나무그늘이 손님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물따라 느릿느릿 걷는다. 물과 단짝을 이룬 바위가 유혹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을 따라 들리는 새소리가 청량하다. 

물살이 세지 않고 수심도 얕아 아이들이 놀기에 좋겠다. 바위와 계곡수가 조화를 이뤄 어떤 워터파크의 슬라이더보다 재미있을 것이다. 아이도 어른도 물놀이에 진심이다. 안전을 위해 수심이 깊은 곳에는 구명보트가 준비되어 있다. 

너른바위에는 음식이 푸짐하다. 계곡물 속에 담가둔 술병도 보인다. 어떤 이들은 화투놀이를 한다. 이십여년 전의 광경에 어리둥절하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맞춰 걷던 걸음이 흐트러진다. 

비가 개면 나타나는
일곱색깔 무지개
해가 지면 사라지는
일곱색깔 무지개
비가 개면 나타나는
일곱색깔 무지개
해가 지면 사라지는
일곱색깔 무지개
하늘 나라 다리일까
구름 나라 다리일까
모두 모두 따라가며
햇님에게 물어보세

7080의 대표주자 김수철님의 목소리다. 귀를 의심한다. '설마, 여기에서 저렇게 크게 노래를 틀어놨을까' 노래소리는 자연의 이야기를 삼켜버렸다. 요즘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들이 쓰레기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소음에 기분 상한 마음을 푸른 빛이 달래준다. 진한 숲내음이 계곡을 파고 든다. 싱그러움이 마음을 너그럽게 한다. 15분가량 천천히 걷다보니 용추계곡의 하이라이트,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 용추를 마주한다. 
 
▲ 문경 오미자 홍보물 선유구곡길 곳곳에 오미자와 약돌돼지 등 문경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 이보환
용추는 1986년 문경시가 지정한 문경팔경 중 하나다. 용추의 비경에 화룡점정은 선명하게 찍힌 용의 비늘자국이다. 옛날 이곳 소(沼)에 살던 용이 하늘로 오르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남겨졌다고 한다. 뛰어난 풍광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수려한 용추계곡이 좀전의 불쾌함을 날려버린다.

오가는 길 문경의 대표 음식과 특산물 소개 안내판이 시선을 끈다. "등산 후 갈증해소에는 문경오미자", "오늘도 많이 힘드셨죠? 문경약돌한우, 약돌돼지". 입맛을 다신다. 없던 식욕도 만들어 내는 문경시의 홍보전략에 감탄한다.

허용된 쉴자리를 찾았다. 배낭을 벗으니 땀으로 목욕한 느낌이다. 젖은 등줄기로 바람이 분다. 계곡을 보고만 있어도 시원하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고기가 뻐끔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양말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갔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을 걸어봤다. 
 
▲ 용추계곡 용추계곡은 힘겹게 오를 곳이 아니다.시원한 바람과 맑은 물을 즐기며 느릿느릿 걸오올라가는 여름 트레킹 코스다
ⓒ 이보환
잠시 멈춰서 있으니 발가락 주변에 물고기가 모여든다. 예전 온천여행에서 인기였던 닥터피시가 떠올랐다. 간질거리며 시원하다. 대야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계곡으로 모여들었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용추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암반이 펼쳐진 월영대가 나온다. 휘영청  밝은 달이 뜨는 밤, 바위와 계곡에 흐르는 물 위로 달빛이 아름답게 드리운다는 곳이다.

월영대에서 밀재와 피아골로 갈라진다. 밀재 구간으로 좀 더 오르기로 했다. 흙길이 발을 편하게 한다. 적당하게 바위도 나타난다. 이 길은 흙길, 바위길, 계곡의 절묘한 조화가 묘미를 준다. 쉬엄쉬엄 올라가다 밀재에서 되돌아온다. 길 바닥에 드러난 나무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에 치이면서 나무줄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나무뿌리에 말을 건다.

"오래 오래 이곳을 지켜줘"

햇볕이 약해진 저녁 나절 계곡은 조용하다. 어린아이와 물놀이하는 젊은 부부 몇 쌍만 보인다. 수천명이 바글바글했던 아까 그 곳이 맞나 싶다. 올라갈 땐 몰랐는데 계곡주변으로 음식점이 많다.

비교적 자유로운 음식물 섭취 등 생소하던 그 모습들은 어쩌면 문경시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추계곡의 널따란 암반은 언제 찾아도, 무슨 말을 해도 받아주시는 어머니 품 같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함께 선유구곡길에는 일곱빛깔 무지개가 떠오른다. 
▲ 월영대에서 벌재로 올라가는 곳 월영대에서 벌재를 지나면 대야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나타난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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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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